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한장이야기 Mar 10. 2022

인간의 시대, 신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과학이 종교를 호출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iPad air 4, Adobe Fresco)

모태 신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모태 신앙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 배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어머니는 기독교인이셨죠. 국민학교라고 불렸던 그 시절 저는 기독교 학교를 다녔습니다. 월요일에 전교생이 예배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찬송가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종교가 없습니다. 신을 믿지 않습니다. 오직 과학만을 믿죠.


많은 인간들이 신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의 나라라고 말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종교가 “무교(종교 없음)”라고 하더군요.


인간들이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바로 지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역병이 돌고 있는 지금. 우리 인간들은 신을 찾기보다 과학의 해법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백신을 거부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들 중 신을 찾는 외침은 듣기 힘듭니다. 거의 대부분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중단하라는 것이죠.


오히려 팬데믹 상황에서 대면 종교행사를 고집하는 종교단체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신을 찾는다고 팬데믹이 없어지지 않는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학만이 팬데믹을 몰아낼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것입니다.  


과학이 종교를 호출하다.

인간의 시대, 신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신이 죽은 시점은 아마도 “양자 역학 인류의 손에 들어왔을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인만"은 "양자 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심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신도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iPad air 4, Adobe Fresco)

양자 역학은 우리에게 놀라운 과학 문명을 선사합니다. 각 가정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내 손안에 스마트 폰이 쥐어지고, 지금은 AI가 세상의 난제를 풀려고 합니다. 모든 세상이 결국 디지털 아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종교는 그런 세상에 속해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기도로 해결하려 하셨죠. 우리가 몸이 아프면 기도를 하셨습니다. 대입 시험날 제가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기도 하셨습니다. 취업을 앞두고도 기도를 하셨죠. 우리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십니다. 하지만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요즘 종교의 선교 방식은 흡사 비즈니스 마케팅 같습니다. “하나님 말씀 듣고 천국 가세요.” 모든 종교들이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남의 자식을 제치고 나의 자식만 대학에 입학시켜달라는 기도가 허용되고, 나의 입신양명만 바라는 기도가 난무하는 상황. 그 누구도 대학 정원이 입시 인원만큼 늘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선거 때 정치인들은 왜 종교 단체를 찾아다닐까요? 그것도 기독교, 불교, 등등 모든 종류의 종교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 아닙니다. 종교는 우리에게 삶의 철학을 줄 수 있습니다. 종교는 세계 평화를 기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천국에 가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지옥에 간다고 해도 세상을 향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왜 종교를 믿는 우리는 좋은 것을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제 종교를 믿는 것보다 공부를 해야 합니다. 위대한 철학 사상을 공부하듯이 신의 말씀을 공부해야 합니다. 종교 지도자의 신도가 되기보다 스스로 신의 말씀을 이해하는 학생이 되어야 합니다.


과학은 종교가 필요합니다.


과학은 결코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없습니다. 빅뱅 이전을 우리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죠. 과학은 오만해졌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촉발된 놀라운 유전자 기술은 당장 인간을 개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양자 컴퓨터와 AI의 결합은 기계들의 인간 지배라는 SF영화 속 허구를 사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과학이 길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과학의 시대, 즉 인간의 시대입니다. 종교는 더 이상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신이 직접 모습을 보인다면 모르겠지만요. 우리들도 종교를 악용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99% 안 믿는데 1%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험 드는 셈 치고 종교에 한쪽 발만 담그는 행위, 신의 말씀은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인맥을 쌓기 위한 사교의 장으로 활용하는 행위, 무조건 나와 가족만을 위한 이기심을 충족시키려는 행위 등으로 종교를 찾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에 대한 공부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사회와 인류에게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다른 것에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종교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습니다. 신도 똑똑한 제자들을 원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즐거운 유서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