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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pr 03. 2022

스타를 버리고 뮤지션이 되다. - 이상은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1988년 강변 가요제 이상은 (iPad air 4, Adobe Fresco)

옛날에도 지금의 오디션 프로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더 인기가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그것이지요. 네임 밸류는 대학가요제가 더 높았던 것 같지만 강변가요제에서도 엄청난 스타와 인기곡들이 나왔었죠. 그 정점에 서있던 1988년 강변가요제를 잊지 못할 겁니다.


1988년 강변 가요제 대상곡 “담다디”와 그 곡을 부른 “이상은”.

 

그녀의 파격적인 개성과 매력은 당시 생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던 어린 저에게도 충격과 환호로 다가왔었습니다. 스타성이란 딱 그녀를 두고 말하는 것이었죠. 그 당시 생소한 아이돌의 팬덤을 가졌었고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여자 솔로 가수는 그 당시에도 결코 쉽게 인기를 얻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스타를 버리고 뮤지션이 되다. - 이상은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대한민국 대중 음악계를 떠납니다.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었죠. 여러 가지 루머와 억측이 난무했지만 그 후 그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예계의 속성이 늘 그렇듯 그녀를 향한 관심과 궁금증은 너무도 금방 차갑게 식었습니다.


그녀는 일본 등 외국에서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있었고, 점점 그녀의 음악이 일본 무대에서 퍼져 갈 때쯤 우리나라에도 그 소식이 전해졌죠. 세월이 지난 그녀와 그녀의 음악은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낯선 그녀와 그녀의 음악은 대중적이지 못했지만 그녀는 이미 대중의 간사한 인기에는 초월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 속으로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여있었죠.


이상은 (iPad air 4, Adobe Fresco)


언젠가는
삶은 여행
비밀의 화원


개인적으로 여전히 그녀의 노래는 저에게 어렵습니다. 사실상 대중적 히트곡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대중 가수가 평론가들에게만 찬사를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변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변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나누는 가장 결정적 차이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콜럼버스의 계란”처럼 계란의 끝을 깨서 세우는 것이 쉬워 보여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말로는 스타의 자리를 내놓고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행하는 스타들은 거의 없죠. 누가 봐도 변화해야 할 시기를 놓쳤는데도 끝까지 미련을 못 버리는 스타들의 안타까운 말로를 종종 봅니다.


이제 우리는 “이상은” 그녀를 대중의 인기에 따라 사라지는 연예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녀를 “예술가”로 보죠. 예술가는 자신이 멈출 때만 예술의 여정을 마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예술가와 여정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취향이 다르고 어려운 예술을 한다고 해도 저는 그녀의 여정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습니다.

이상은 (iPad air 4, Adobe Fr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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