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한장이야기 May 30. 2022

자본주의 너! 참 대단하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요즘 가상 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작성 시점: 2022년 5월) 미국 금리 인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암호 화폐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잘 나가던 대한민국의 가상 화폐 한 종류가 퇴출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단기적으로 가상 자산의 투자 분위기는 위축되겠지만 결국 암호 화폐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 의도한 장미 빛 꿈의 모습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자본주의 너! 참 대단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파월의 브리핑 모습 (iPad air 4, Adobe Fresco)


암호 화폐, 정확히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은행으로 대변되는 자본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탈 자본주의적 이상으로 출발되었다고 봐도 무방 할 것입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0.1%가 독점하는 부를 골고루 나누고자 한 것 아닐까요? 블록체인 참여자들로만 거래가 가능하다면 부당한 0.1%는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자본주의의 유령이 암호 화폐를 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중 유일하게 성공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일 겁니다. 자본주의가 옳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도덕적이라는 말은 할 생각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볼 여지가 많죠.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주주의는 왜 인간 사회의 주류가 되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냐 아니냐인 것 같습니다. 먼 옛날 아테네에서는 민주주의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사라지고 절대적인 통치자의 시대가 오래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민주주의는 꽃을 피웁니다. 자본주의의 전성기와 함께 말이죠. 결국 민주주의는 자본주의가 가장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브런치 글 “수박 겉핥기 : 자본주의 이해하기”에서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남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내게로 가져와야 내가 은행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시스템이죠. 무한 경쟁으로 돌입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자본주의는 남보다 내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남보다 내가”입니다.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인간은 남보다 내가 우월하기를 바랍니다. 꼭 돈 문제가 아니라도 남보다 요리를 잘하고 싶고, 남보다 잘 달리고 싶고, 남보다 똑똑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돈으로 당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증해줍니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충족시켜주기에 살아남았고 그 힘은 사그라들 줄 모르죠.


블록체인의 정신은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있습니다. 남보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부당한 방법보다 모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추구합니다. 그러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암호화폐의 지금 모습은 어떠합니까? 가장 뜨거운 자본주의 주식 시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인간들은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공정한 거래 방법을 보지 못하고, 남보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자본주의적 시선으로만 블록체인을 바라봅니다.


NFT 열풍으로 촉발된 블록체인 기반의  3.0(Web 3.0)이라는 디지털 혁신은 다른 방향으로 삐딱하게 쳐다보면 자본주의의 디지털화일 ,  이상 뭐가 있냐는 생각도 듭니다. 그동안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내가 너보다  부자인지 제대로  수가 없었습니다. 비로소  3.0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디지털 상에서 인증을   있게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탈 중앙화 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공개 블록체인이라고 합니다. 탈 중앙화, 탈 권위주의를 표방했던 공개 블록체인에서 남은 것은 암호 화폐라는 투자수단 하나뿐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새롭게 등장할 쓸만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중앙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는 비공개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비공개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대표적인 것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입니다. 블록체인 기술만 이용할 뿐, 자본주의 은행 시스템의 디지털 버전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공개 블록체인의 암호화폐보다 CBDC가 나의 생활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크게 다가옵니다.


디지털 화폐에 미온적이던 미국마저 CBDC발행에 적극적이게 만든 스테이블 코인의 사태는 암호화폐의 방향성이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암호화폐와 오프라인 화폐를 1:1로 강제로 매칭 시켜서 실제 생활에 사용 가능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죠. 그런데 이 의도부터 블록체인 정신에 반합니다. 암호화폐와 오프라인 화폐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만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등장은 결국 오프라인 자본주의가 이겼다는 반증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암호화폐를 왜 쓰나요? 그냥 오프라인 돈을 쓰지. 안타까운 것은 스테이블 코인중 가장 각광받았던 코인이 대한민국의 것이었고, 국제 정세의 요동 속에서 지금은 거의 퇴출되었다는 점입니다.


자본주의는 그냥 “돈”이 아닙니다. “인간의 욕망”이죠. 그것도 남보다 우월해지고 남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남보다 부자이고 싶은 마음! 만약 이것이 잘못되고 부도덕하다면 자본주의를 고치기보다는 교육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영원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저의 행동 역시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무의식의 발현일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부자인 세상은 모두가 가난한 것과 같다는 인식이 저에게도 있겠죠. 어떻게 하면 우리 인간의 탐욕을 막을 수 있을까요?


(내용 수정: 웹 2.0을 웹 3.0으로 정정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게 힘 VS 모르는 게 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