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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May 26. 2022

아는 게 힘 VS 모르는 게 약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두 가지 논리가 팽팽히 맞섰습니다. “아는 게 힘”과 “모르는 게 약”이라는 명제였죠. 아마도 저 같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모피어스가 건네는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섭니다. 빨간 약은 엄청난 비밀을 알게 해 줄 것이고, 파란 약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아는 게 힘일까요? 모르는 게 약일까요?


당신이 네오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iPad air 4, Adobe Fresco)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아는 게 힘 VS 모르는 게 약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아는 게 힘”의 승리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우리 인간의 삶은 알아가는 과정이 전부였습니다. 앎의 힘으로 지금 이 찬란한 문명을 세웠습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며 안주했다면 인간은 인간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모르는 게 약이 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독재의 시대, 권위의 시대, 억압의 시대를 관통했던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겁니다. 정치적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은 어른들의 권위에 짓눌리는 시절입니다. 권력과 권위를 가지고 있고, 누군가의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들은 아랫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안다는 것은, 똑똑해진다는 것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가난을 벗어나야 했던 그 시절, 독재를 지켜봐야 했던 그 시절,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했던 그 시절 우리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세뇌를 받습니다.


그 어두웠던 시절도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더 현명하게 느껴집니다. 아는 것은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은 세상 편합니다.


TV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가 인기라고 합니다. 의외의 시청률 고공행진에 관계자들도 놀랐다고 하죠.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쇼가 보여주는 것은 속세를 떠난 사람들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모르는 게 약”인 대표적인 사례들의 본보기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속세를 떠나는 것에 열광하는 데, 왜 실행해 옮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일까? 우리는 알아야만 하는 고통을 왜 감수하는가?


결국 "돈"입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죠. 돈이 자연인의 삶보다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돈이 “모르는 게 약”인 삶을 뛰어넘습니다. 역설적으로 아는 것이 돈이기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내가 아는 것만큼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네오의 선택 장면 (iPad air 4, Adobe Fresco)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에는 돈의 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매트릭스 속 네오는 빨간약을 먹고 앎의 고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구원할 “그”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그”가 됩니다.


내 지식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그 순간, 내 앎이 얼마나 미천한가를 아는 그 순간,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그 깨달음의 종류와 빛은 각자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약인 시대는 저물고 아는 게 힘인 시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종교의 시대가 가고, 무지한 대중들은 각성을 하고 권위와 억압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똑똑한 개인들이 넘쳐나는 시대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앎의 저주, 지식의 저주인 고통도 늘어났다는 것이겠죠. 그 고통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마지막에 아는 자가 된 네오는 하늘 위로 날아오릅니다. 우리도 고통을 뛰어넘어 아는 자의 자유를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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