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는 나를 상상한다
세상 풍경을 그리다 보면 새삼 이 세계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면서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인생은 우리에게 고난을 더 많이 선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참 얄미운 게 나에게 고난을 주는 세상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겁니다. 멀리 여행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잠시 동네에 산책을 나가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낡은 담벼락, 그 틈새로 피어있는 잡초와 이름 모를 꽃들, 그리고 사람들...
저는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피합니다. 사람인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것에 스스로 이해가 안 가지만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인 나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마저 풍경 속에서는 아름답습니다. 그저 사람은 풍경의 한 요소일 뿐이고 그렇게 존재 자체가 희미해질 때 비로소 인간은 아름다움을 찾게 됩니다.
풍경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풍경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면 그 풍경을 그린 그림은 당신의 마음에 들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때 "저 풍경을 꼭 그리고 말겠어! 어서 빨리 그려야지!"하고 그림을 시작했다가는 그림이 망하는 것을 지켜보는 고통을 맛봐야 합니다. 기분이 좋지만 흥분하지 않는 여유와 욕심이 없는 마음. 그 마음을 가지기가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