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설명이 필요하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입학이 결정되고 중학교 마지막 시험이 치러졌었죠. 그때 한문 시험에서 저는 5점인가를 받았습니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점수가 한자리 수였던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아직도 한자를 심각하게 모릅니다. 옛날 사람인 제가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희한할 정도입니다. 종이 신문에서 한자 표기가 없어지고 한글로만 나왔을 때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문해력"이 없는 세대들에 대한 걱정들이 많습니다. 문해력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자 때문입니다. 대부분 한자어를 그대로 한글로 바꾼 문장에서 문해력이 떨어집니다. 한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아직 텍스트 기반의 정보들로 지식을 얻고 있고 글로 작성된 정보들의 역사가 오래되었기에 한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기업에서 내놓은 각종 간편 결제나 증권 앱들, 법률 앱들이 기존 시스템을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선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단언컨대,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문장들을 알기 쉽게 고쳐야만 합니다. 각종 계약서나 서류들의 문장들을 알기 쉽게 써야 합니다. 카카오 뱅크가 기존 은행보다 가장 좋은 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토스 앱에서 증권거래를 할 때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었나요? 저는 알기 쉬운 용어와 설명이었습니다.
"심심한 사과"의 뜻을 모르는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정중한 사과" "진심 어린 사과"라는 쉬운 문장을 사용하는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요? 엘리트들의 허영심을 옹호했다면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해력"이란 단어자체도 너무 어렵습니다. "문맥 이해력" "문장 이해력"이라고 말하면 왜 안 되나요?
"문장 이해력"이 없는 사람이 깊게 공부하려면 한자와 같은 어려운 용어를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세대들의 글들을 읽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죠. "문해력"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필요하면 "문해력"을 저절로 습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심심한 사과"를 모른다고 비난한다면 그들이 기성세대들에게 게임용어, 신조어를 모른다고 비난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가장 간단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쉬운 것은 어려운 것보다 열등한 것이 아닙니다. 어려운 한자어가 쉬운 한글보다 우월한 것이 아닌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