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우리는 일 년에 몇 번 특정한 시기에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 여행을 하다 보면 고속도로가 꽉 막힌 모습도 현장에서 보게 되고, 반가운 얼굴들도 오랜만에 만나게 되죠. 잊고 있던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2023년 추석의 풍경입니다.
귀성길의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들이 멈춰있는 듯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죠.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던 평화도 잠시. 곧 차오르는 방광의 당혹스러움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지만 오랜 자동차 여행의 피곤은 하루종일 따라다녔습니다.
가족들의 자동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다들 잘 살고 있구나 하는 흐뭇한 마음이 들더군요. 자동차가 부의 상징이 되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지만 그래도 옛날사람인 저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린 조카들까지 모두 커서 자동차를 굴리게 된다면 주차공간이 모자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는 자율주행으로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도 할 테니 걱정할 필요 없겠죠?
"메이", "오이", "모카"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강아지들도 명절 분위기를 아는 것 같더군요. 저렇게 서서 손님을 반기고 있습니다. 가족들 모두 예쁘다고 해주니 반갑지 않을 수 없죠. 이번 추석에도 녀석들은 배 터지게 맛있는 것을 먹었습니다. 한동안 사료를 외면할지도 모르겠네요. 뱃속에는 아마 고구마 10개씩은 들어가 있을 것 같네요. "메이", "오이", "모카"온다고 좋아하는 간식 고구마를 잔뜩 준비하셨거든요.
장독대를 구경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아파트의 시대가 오기 전 장독대는 필수였습니다. 매년 지나치던 장독대의 모습이 이번에는 참 예쁘게 느껴지더군요. 머지않아 이렇게 장독대를 바라볼 수 있는 순간도 사라지겠죠. 이 아름다운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23년의 추석연휴는 특별히 길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잘 쉬었고, 좋은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