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우리는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습니다. 교육도 똑똑한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게 아닌가요?! 평론이란 것도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해설해 놓은 설명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평론 중 가장 대중적인 분야가 영화 평론일 것입니다. 그런데 평론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얼마나 큰 비중을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글의 제목인 "영화 평론이 필요할까요?"에 대한 답을 하겠습니다. 이분법적 논리로만 답해야 한다면 "필요 없다"입니다.
저는 영화 리뷰 글도 많이 쓰고, 이런저런 평론 비슷한 것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모든 평론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누구도 예술에 대해 정답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술 평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본 영화에 대한 감상을 영화 평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영화가 유명 평론가가 극찬을 했다는 소식 하나로 최고의 영화로 등극합니다. 영향력 있다는 평론가의 말 한마디에 영화의 흥행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영화 평론을 보는 이유는 나의 생각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영화 평론가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같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평론가들의 말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나의 감상과 견해가 그들의 것과 대등할 수 있게 논리와 근거를 찾아본다면 나의 생각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영화 평론가들의 가장 큰 쓸모는 수많은 영화들을 그들이 대신 봐준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시간을 사용해서 우리의 시간을 아끼는 것이죠. 현대 영화산업의 규모는 너무도 거대해졌습니다. 영화가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골라야 하는데 그 방법들 중 하나가 평론가들의 글을 참고하는 것이죠.
또 하나의 영화 평론의 쓰임새는 영화 속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일종의 팩트체크인 셈이죠. 영화 속 배경이나 사실관계를 알수록 영화를 해석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좋은 영화였지만 잘못된 사실관계를 그려서 철퇴를 맞은 영화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써놓은 정답을 빨리 찾아보려고 합니다. 점점 세상은 정답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제시한 것을 따라가면 막다른 길이거나 낭떠러지입니다. 그 길은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길이니까요. 결국 나의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고요. 나쁜 영화 100편을 먼저 봐야 합니다. 그 후 좋은 영화 1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화 평론은 먼저 볼 나쁜 영화의 편수를 50개로 줄여주는 정도가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