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영화 이야기
(영화 "80일간의 세계 일주"-1956년작-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요즘 크리에이터들 중 가장 인기 있는 분야의 사람들은 여행가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요. 이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싶은 욕망은 1956년의 그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영화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지금 보아도 세계 일주에 대한 로망을 불타오르게 만듭니다.
"쥘 베른"이란 프랑스 작가는 참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지구 속 여행", "해저 2만 리"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15 소년 표류기"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80일간의 세계 일주"도 그의 작품을 영상으로 옮긴 것이죠. 파격적인 공상과학 작가정도가 되어야 80일 만의 세계 일주를 상상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지금도 80일 만에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쥘 베른"의 상상력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위의 그림은, 기구에 몸을 싣고 세계 일주를 떠나는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모습입니다. 영국을 떠난 그들은 높은 산맥을 넘어가게 됩니다. 그때 하인 파스파르투가 산 꼭대기의 눈을 두 손으로 퍼와서 와인을 차갑게 만듭니다. 적절한 온도가 된 와인을 산꼭대기보다 높은 하늘 위 기구 안에서 여유 있게 마시죠. 이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그 유명한 테마음악이 이 장면에서 흐르는데 정말 멋집니다.
영화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리메이크 작들이 의외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 모든 작품들이 원작의 발꿈치도 못 쫓아온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성룡"을 많이 좋아했는데 성룡주연의 2004년, 리메이크 영화는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좀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이런 낭만적인 영화를 그렇게까지 망쳐야 헸을까요?
유명세에 비해 1956년 원작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제대로 본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러닝타임이 175분이나 되니 만만하게 볼 영화는 아니죠. 지금 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옛날 영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세계 일주라는 인류의 욕망이 시작된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