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한장이야기 Jan 15. 2024

여유도 습관입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배달 라이더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팬데믹을 지나오며 가장 급성장한 산업이 배달일 겁니다. 배달 라이더들의 위험 천만한 운행도 그 비율만큼 더 많이 목격됩니다. 조금만 늦어도 불만을 표시하는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을 대하는 그들의 어려움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만약, 배달 시간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위험한 운행이 줄어들까요?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여유도 습관입니다.


배달시간의 안정적 확보와 상관없이 배달 라이더들의 속도전은 여전할 것입니다. 배달 숫자에 따라 나의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배달을 일정 수량 이상 못하게 한다고 해도 배달일을 빨리 마치고 두 번째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위험스러운 속도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돈을 위해 달려야 하는 우리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대한민국의 빠른 속도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플 때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은행업무가 빠르다며 외국인들이 놀라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녁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이면 집 앞에 놓여있는 나라에 살아서 정말 편합니다. 포기할 수 없는 속도가 존재합니다. 다만, 빨간 신호등에 멈추는 여유, 학교 앞 30Km 제한 속도를 지키는 여유, 속도와 안전을 저울질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만큼 대한민국은 발전했습니다. 그런 여유를 가진다고 크게 느려질 것 같지도 않고요.


프랑스나, 영국, 미국 등에서 각종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밖에 수많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세상사람들은 기꺼이 그들을 선진국으로 인정합니다. 하드웨어에 기반한 시스템은 대한민국이 그들을 오래전에 앞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문화의 힘은 그들이 앞서있죠. 문화의 힘이 수많은 단점을 상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의 핵심에는 "여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유"는 부단히 훈련하고 갈고닦아서 습관이 되어야만 생활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문화로 자리 잡아야 사회에서 발현될 수 있죠. 여유가 있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고, 갈등도 줄일 수 있으며 혁신이 일어납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발전한 이유는 여유의 반대편에 있는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빨리빨리"가 습관이 되었고 사회의 문화가 돼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이 10%만 여유를 가져도 많은 것들이 변할 것입니다. 그 정도 속도 변화로 가난해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목적이 없는 그림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