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영화 "파벨만스"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한 유명 건축가의 말을 빌리자면, 남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남은 자신을 볼 수 없는 높은 시선의 위치가 권력을 생성한다고 합니다. 높은 고층 빌딩에서 아래를 내다보면 신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듯한 오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바로 그 고층빌딩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높은 시선의 위치가 우월감을 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시선의 위치에서 위를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풍경입니다. 적어도 그림에서는 권력의 우월감 따위는 상관없이 로우 앵글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파벨만스"에서 시선의 위치에 대한 명대사가 나옵니다. "지평선은 아래에 있어도, 위에 있어도 흥미롭지만 중간에 있으면 재미가 없다.." 감독 "존 포드"가 극 중에서 하는 말입니다. (지평선은 소실점, 시선의 위치를 말합니다.)
그림을 좀 그릴 수 있게 되면 평범한 시선의 위치는 재미없다며 다양한 시선의 위치로 장면을 그리게 됩니다. 당연한 과정이고 그림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그렇다고 중간 높이의 시선이 다른 시선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존 포드"는 중간 시선 높이가 재미없다고 말했지만 그 시선이 없이는 다른 시선의 높이로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그림은 다양한 시선의 높이에서 그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도 비슷할지 모르겠네요.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