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선을 그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백지의 공포를 느껴봤을 것입니다. 저도 당연히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지울 수 없는 펜으로 드로잉을 하기에 첫 시작이 더 힘들게 다가옵니다.
아래 그림은 높은 위치에 있는 카페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창가로 내려다보이는 길거리 모습이죠. 펜을 들고 어떻게 그려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자주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림 그릴 때 지켜야 하는 지침을 만들어놓았습니다.
1. 주인공을 정하라.
2. 그 주인공만 그려라.
3. 가능하다면 주인공 옆의 것도 그려보자.
위의 그림에서 주인공은 신호등이었습니다. (신호등을 못 알아보게 그렸군요.) 신호등을 그리고 나서 시간이 남길래 옆의 사람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나 더, 하나 더 그려나갔습니다. 이 방법은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그림을 시작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잘 그리는 것보다 시작하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기다림의 순간에 그곳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저~기 옥의 티 ("옥에 티"가 맞는 표현이라는군요)라고 적은 시스템 에어컨이었습니다. 주인공을 망치면서 그림이 시작된 것이죠. 놀라운 것은 일단 시작이 되면 주인공은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자가 주인공이 되었다가 풍성한 잎을 가진 식물이 주이공이 되었습니다. 시작이 중요한 이유는 시작만 되면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따라온다는 사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