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브런치 스토리"란 플랫폼은 디지털시대에 책이라는 아날로그의 가치를 지향하는 서비스입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기 위한 비법들 중 이런 말도 있더군요. "브런치는 책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글이 책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어필하라!" 저는 운 좋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책의 문법보다는 디지털의 문법으로 브런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는 비법을 찾아본 게 오래전이라서 지금도 위의 말이 통용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가 지향하는 방향에 "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 같습니다. 브런치가 가고자 하는 책이라는 가치에 매력을 느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을 겁니다. 마음 놓고 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책이라는 지향점 때문이겠죠.
그런데 저는 언제부터인지 브런치를 블로그나 SNS 같은 전형적인 디지털 매체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틱톡 같은 숏폼의 정 반대편에 위치한 롱~~ 폼 콘텐츠의 창구가 된 셈이죠
책을 읽지도 않는 사람이 자신의 신변잡기나 그림을 올리고 유튜브 링크로 참고 자료를 보여줍니다. 이런 콘텐츠의 구조가 책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얼마 전이었습니다. 브런치 P.O.D 서비스에서 알림이 떴었죠. 저의 매거진이 출판할 수 있는 조건에 충족되었다는 알림이었습니다. 궁금해서 서비스를 살펴보았습니다. 매거진 원고를 다운로드하여서 교정 후 부크크라는 서비스에 글을 올리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다운로드한 저의 매거진 원고가 책 출판을 하기에는 너무 손볼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책 출판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콘텐츠라는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브런치의 지향점이 책이라면 저 같은 작가를 좋아할까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브런치 작가가 된 후라서 별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설마 브런치에서 저를 자르지는 않겠죠?! 긴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 긴 글을 기꺼이 읽어주는 이곳의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책과는 거리가 멀기만 했던 제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의 그림 출판하기 -개인출판과정"이라는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계획대로 책이 출판된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