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걸"
(영화 "마이 걸"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림 한 장을 그렸습니다. 영화 "마이 걸"의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예뻐 보이는 장면을 찾다가 그 장면이 걸렸죠. 그런데 이 영화 "마이 걸"의 운명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영화 "마이 걸"에 대한 리뷰는 아닙니다. 영화 내용이 잘 기억나지도 않고요. 한 영화의 운명이 어떻게 갈리는지 그 운명의 장난을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영화 마이 걸이 개봉하기 1년 전 "나 홀로 집에"라는 전설적인 흥행작이 개봉합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은 "맥컬리 컬킨"입니다. 영화보다 아역 주인공인 그가 더 큰 화제였죠. 영화 마이 걸에 맥컬리 컬킨이 캐스팅되어 있습니다. 나 홀로 집에 개봉 후 1년이란 짧은 기간, 주연이 아닌 조연인 것을 보면 맥컬리 컬킨의 캐스팅은 그가 유명해지기 전 출연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사 측은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이게 웬 떡이냐!
저의 기억에 영화 마이 걸은 성공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의 마케팅을 비롯해서 모든 초점은 맥컬리 컬킨에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림 속 장면인 뽀뽀장면을 두고 영화사 측은 맥컬리 컬킨의 첫 키스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유치하고 과한 홍보가 이어졌습니다. 모든 마케팅을 종합하면 주인공은 당연히 맥컬리 컬킨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는 비중이 낮은 조연일 뿐이었습니다.
영화 마이 걸은 좋은 이야기의 드라마입니다. 그 중심에는 진짜 주인공, 여자 아역이 있습니다. "안나 클럼스키"라는 깜찍한 소녀가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맥컬리 컬킨 띄우기로 그 소녀는 묻힙니다. 영화의 감동도 흐려졌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나 홀로 집에보다 먼저 개봉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감히 지금의 결과보다 훨씬 좋은 평가와 흥행을 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어쩌면 맥컬리 컬킨의 운명도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지금까지 롱런했을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