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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Mar 12. 2024

마음 먹먹한 순간이 있었다 (2024 아카데미 시상식)

그림 한 장, 영화 이야기

AI와의 싸움, 반전, 오펜하이머, 노잼, 그리고 이선균..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나서 떠오르는 키워드들입니다. 2024년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한 장, 영화 이야기

마음 먹먹한 순간이 있었다 (2024 아카데미 시상식)

2024년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전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 파업이 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AI로부터 영화 직업인들이 반기를 든 사건이고 향후 모든 산업에서 벌어질 일들의 전초전이기 때문입니다. 


시상식의 분위기는 매우 정돈되고 안정적이었습니다. 마치 AI의 반대말인 아날로그의 가치를 지향하듯이 말이죠. 그 덕분에 시상식은 노잼이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 영화 "오펜하이머" 역시 아날로그와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은 CG 없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시상식장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AI에게 점령당하기 전 마지막 평화로운 장면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게 되더군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두 번의 울컥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의 순간이었습니다.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수상자는 이렇게 소감을 말합니다. "지금 이 수상의 영광을 우크라이나 전쟁 전의 과거와 기꺼이 바꾸고 싶다.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미래를 위해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


두 번째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In memoriam"이란 순간이죠. 대한민국의 배우 "이선균"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그의 죽음에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멍하게 가슴만 먹먹했습니다. 

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저의 감상은 "재미가 없다."입니다. 좋은 영화도 있고, 좋은 배우들도 있고, 좋은 의도들도 있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없었습니다. 세상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화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나 새로울 것 같은 영화도 낡고 늙어가고 있는 것 같아 슬픕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작은 변화가 있었는데 번역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겁니다. AI의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AI를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29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2023 아카데미시상식) (brunch.co.kr)

26화 영화산업의 디지털 전환 (2022 아카데미 시상식)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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