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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l 19. 2024

나는 왜 스몰 토크가 어려울까?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고 있었는데 다른 층에서 누군가가 탑승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저와 그 사람, 단둘만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한층 한층 점멸되는 층수만 보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뉴스가 나오는 화면이 있으면 그것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죠. 스몰토크를 할 엄두도 못 냅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나는 왜 스몰토크가 어려울까?


"스몰토크"의 사전적 정의를 알고 싶어서 검색해 봤습니다. "Smalltalk"로 검색하면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나오네요. "Small talk"라고 띄어 써야 원하는 것을 포함한 검색이 이루어지는군요. 네이버에서는 "한담(특히 사교적인 자리에서 예의상 나누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스몰토크를 왜 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살았습니다. 안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거든요. 스몰토크를 위한 스트레스가 더 싫었습니다. 이글의 발단은 다른 곳에서 시작이 되었죠.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는 왜 과거 이야기만 할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취업이나 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을 제외하고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과의 대화 대부분은 과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을 만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몇 마디 묻고 나면 어김없이 과거의 추억이나 옛날의 회상입니다. 돈, 또는 내가 겪는 지금의 문제들 이외의 주제로 현재, 미래에 대한 대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스몰토크"는 기본적으로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가까운 미래까지 포함해도 되겠네요. 오늘 날씨부터 현재의 신변잡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아무 목적 없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낯선 것 같습니다. "지금 입고 계신 옷의 색깔이 참 화사하네요."라는 쓸모없는 현재의 대화는 에너지 낭비로 느껴집니다. 


나이를 먹고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과거 이야기뿐입니다. 현재에 대한 이야기는 병원, 부동산, 주식 같은 주제들 뿐이죠. 10개의 모임이 있다면 적어도 한 군데의 모임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모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엄청난 모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취미 모임 역시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것이지요. 모임이 어렵다면 혼자서 현재를 느끼고 미래를 생각해도 좋습니다. 현재를 산책하고 미래를 사색하는 것이 그 방법일 것입니다. 


내가 스몰토크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타고난 성격 문제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사교라는 문화가 대한민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들 중 하나겠지요. 제가 갑자기 옆집사람과 스몰토크를 할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하는 대화의 일부분은 현재와 미래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린 그림을 SNS에 올리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는 그 모든 것이 저의 스몰토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빅"토크를 할만한 능력은 없으니까요. 현재의 소소한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계속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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