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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l 21. 2024

시스템이 따라야 하는 표준은?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글 "일상을 여행하는 영화들"에서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통해 일상을 여행하는 아날로그의 삶을 예찬했었습니다. 저의 글을 처음부터 쭉~ 보신 분이라면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을 지향하는 기조를 지녔음을 감지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이 옛날사람인지라 아날로그 감성을 버리기가 쉽지 않네요. 그나마 개인이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시스템이 따라야 하는 표준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 아날로그, 즉 과거의 표준을 따르고 지향한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상상해 보죠. 음원 구독 서비스를 규제하고 카세트테이프 장사를 활성화시키는 법안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감성으로 다가왔던 카세트테이프의 단점들이 우리를 옥죄여올 것입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속 주인공이 그렇게 아날로그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장소가 일본이기 때문 아닐까요? 영화를 보면서 아직도 저런 옛날 시스템들이 남아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지난 글, "옆집에 어느 나라 사람이 이사 왔으면 좋겠습니까?"에서도 말했듯이 일본에 대한 감정은 옛날 사람인 저에게 매우 복잡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일본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 음악들도 자주 듣고 있고요. 그렇지만 일본에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표준을 따르는 시스템 안에서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인터넷이 빠르다던 대한민국, 온라인 속도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대한민국의 2024년의 모습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현재의 표준을 따르고 지향하고 있나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재의 표준이 옳다는 것이 아닙니다. 도덕적인 판단 없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필요악이죠. 옳고 그름의 판단과 무관하게 현재 택시 시스템의 표준은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 교통 서비스입니다. 가까스로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애플페이 역시 도덕적 판단과 무관하게 현재의 표준입니다.


시스템은 현재의 표준을 따라야 합니다. 한발 더 나간다면 좋은 표준을 만들어서 미래의 표준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죠. 현재 표준에 대해 알리고 교육하는 일도 시스템이 해야 할 일입니다. 개인이 과거의 표준을 따르는 것은 취향의 문제로 여길수 있지만 그 개인들이 늘어나 다수가 되어서 시스템을 흔드는 위기가 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가장 극단적인 예가 전쟁입니다.


저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AI에게 그림을 의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AI 그림이 곧 표준이 될 텐데 저는 과거의 표준을 따르는 개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AI 그림이 세상의 표준이 되는 것을 인정할 것입니다. 다만 그림을 직접 그려야만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설파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림 경험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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