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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과 전산화 사이 어딘가에..

직접 출판을 경험하면서 느낀 문제점

by 그림한장이야기

얼마 전에 브런치스토리의 첫 연재를 마무리했습니다. "나의 그림 출판하기 -개인출판과정"이란 제목의 연재였습니다. 야외 드로잉 한 것들을 모아서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연재한 것이지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겪었던 중소 제조업의 문제점들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직접 출판을 경험하면서 느낀 문제점

디지털 전환과 전산화 사이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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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작은 규모의 인쇄소를 경험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개인이 인쇄소를 방문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당시 인쇄소는 개인 손님들에게 매우 불친절했고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죠. 세상은 변해서 이제 개인 출판의 시대가 되었고 인쇄소들도 살아남기 위해 개인 고객들을 적극 유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근간에는 "디지털 전환"이란 큰 뿌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 시대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디지털이 기본이자 표준인 시대입니다. 제가 경험한 개인 출판의 경우도 비교적 디지털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거의 모든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죠. 하지만 과정의 곳곳에 고개가 갸웃거리는 의문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직접 겪은 문제점들을 몇 개 이야기해 보죠.


인쇄업체와 직접 대면 미팅을 했었습니다. 업체 사이트에 온라인으로 먼저 예약을 하라고 적혀있길래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하면서 방문목적과 이런저런 설명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예약일에 맞추어서 직접 방문을 했죠. [문제점 1] 예약 시간에 맞춰 갔는데 업체 사람은 제가 왜 왔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예약 확인을 안 한 것이죠. [문제점 2] 예약 시스템에 방문 이유를 자세히 적었는데 업체 사람은 왜 왔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방문 이유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시간 낭비가 발생했습니다.


그 밖에도, 디지털 시스템에서는 저에 대한 담당자가 부여되었는데 실제 미팅에서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야 했습니다. 담당자는 그때그때 달라져서 진행과정을 매번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을 반복했죠.


위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문제는, 잘 만들어놓은 디지털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몸에 익은 기존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판업계는 대표적인 옛날 산업입니다. 아날로그 그 자체이죠. 종사하는 사람들도 고령이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경영권자는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아직도 인쇄업계의 주요 수입원은 아날로그 시대의 기업 고객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더 큰 문제를 제가 직접 겪게 되어서 황당했었는데, 책 만들 종이를 구입하기 위해 접속한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종이를 구입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랜섬웨어라는 해킹 공격을 받은 그 사이트는 아직도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스템이 멈춘 그 업체는 다시 아날로그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개인 구매자들에 대한 배려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얽힌 비즈니스 관계만 신경 쓰는 것 같았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전산화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작은 규모의 옛날 산업일수록 그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죠. 어떻게 예를 들어봐야 할까요? 인터넷 뱅킹 서비스와 기존의 은행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단순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아닙니다. 은행 전산화는 옛날에 완수했습니다. 인터넷 뱅킹 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생각의 전환을 했습니다. "완전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기 상환 수수료를 없애고" "모임 통장 같은 발상의 전환"을 하는 등 혁신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독서 인구는 계속 줄고 있어서 매년 최저 독서량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그 기록에 저도 한몫하고 있어 부끄럽네요. 산업 규모가 작다 보니 제대로 된 디지털전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만만치 않은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용기를 내서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을 이끌어낸다면 산업을 장악하는 지배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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