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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ug 04. 2024

밥 로스 vs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그림 그리는 사람들 중 나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들은 누구일까? 솔직히 미켈란젤로나 고흐, 피카소 등등의 교과서 속 미술가들은 학교 시험을 위해 공부했을 뿐 잘 모릅니다. 한참을 지난 요즘에서야 그들의 진가를 깨닫고 있는 중이죠. 어린 시절부터 저에게 그림에 대한 동경과 꿈을 선사한 두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밥 로스 vs 미야자키 하야오


"밥 아저씨"로 통하는 "밥 로스"는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 걸?!!"이라는 가능성을 품게 만들어주었던 고마운 화가였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세기의 걸작이 아닙니다. 아마도 그의 작품만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붓을 대중의 손에 쥐어주었고, 그림 그리는 행복감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어떤 최고의 화가들도 못한 업적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바라보기보다 감독 또는 프로듀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애니메이터로서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가 창조해 낸 그림의 세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저는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보면서 "지브리 화풍"이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체에 푹 빠졌었습니다. 그의 그림들이 실사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그림이기에 가능한 감동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이죠.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은 단연 "미야자키 하야오"였습니다. 그의 그림은 섬세함의 끝판왕이죠.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가능한 그림들입니다. 하야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정말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밥 로스"의 유행어, "참 쉽죠?!" (번역이기 때문에 번역가의 유행어인가요?)를 믿고 따라 했다가 쉽지 않음에 좌절했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림의 기본기를 마스터하고, 많은 그림과 오랜 시간을 견뎌낸 화가가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야 툭 뱉을 수 있는 말이 "참 쉽죠?!"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됩니다. "참 행복하죠.." 


세월이 많이 지나, 나이를 먹고 보니 저는 "밥 로스"의 표정을 갖고 싶네요. 그림을 그리면서 정말 행복해 보이는 그 표정 말이에요. 하야오의 작품이 세계에 미친 영향은 밥 로스를 압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성향에 맞는 것은, 그림 한 장을 그리며 행복을 설파하는 "밥 로스"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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