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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ug 28. 2024

그의 시선

그림 한 장, 영화 이야기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그런 명장면들이 많기로 유명하죠. 개인적으로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주인공 누들스의 시선입니다.


그림 한 장, 영화 이야기

그의 시선


주인공 누들스 (로버트 드 니로)는 늙어서 어느 장소에 가게 됩니다. 잘 알고 있는 장소였는지 벽에서 벽돌하나를 빼냅니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봅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로버트 드 니로"

늙은 누들스의 모습은 어느새 어린 소년으로 변해있습니다. 옛날 그때도 어린 누들스는 벽돌을 빼낸 구멍으로 몰래 벽 너머의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스콧 타일러"

소년 누들스가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소녀였습니다. 그 소녀는 춤을 추고 있었죠. 그 소녀는 누들스가 몰래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소녀는 언제나 소년보다 한수 위의 존재이죠. 소녀는 누들스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며 그의 시선을 은근히 즐깁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제니퍼 코넬리"


늙은 주인공이 소년 시절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 장면을, 저는 제일 좋아합니다. 늙은 주인공이 옛날을 떠올리던 향수 어린 그 시선, 소년 주인공이 첫사랑에 눈을 뜰 때의 그 시선, 그리고 소녀의 앙큼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그 시선.. 잊을 수없는 그 시선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강렬한 떨림을 만들어냅니다. 


그림은 시선입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림이 달라집니다. 시선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설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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