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어려운 대상이 무엇인지 아세요? 알고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가족도 포함이죠. 예쁘게 그릴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저 같은 그림쟁이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누군가의 그림 대상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를 이상하게 그려놓으면 의도를 의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나한테 불만이 있나? 내가 뭐 잘못했나?" 지금 제가 그림을 그려보니 오해가 풀렸습니다. 전혀 나쁜 의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요. 오히려 엄청난 노력이 드는 그림에 저를 모델로 삼았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족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에 대해 아내는 매우 불안해합니다. 혹시 그림의 대상이 된 가족들이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죠. 물론 가족들은 결코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어린 조카들은 화를 낼 수도 있겠네요.) 친한 사이일수록 배려와 조심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족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믿음이 있습니다. "10년 뒤 저의 그림을 보면서 가족 모두가 즐겁게 웃을 것이다."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몇 년 뒤 저의 그림이 가족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감정은 매우 특별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보게 된다면 정말 새로운 경험이 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림으로 자신의 모습을 남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림 속에 기록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죠.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그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그림 속에 살아있는 특별한 자신의 모습을요. 당장은 이상한 모습으로 불만족할 수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그 그림을 보고 활짝 웃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그림의 힘을 믿습니다.
위의 그림 속에 저와 아내의 모습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현장에 저희는 없었죠. 위의 장면은 2024년 추석을 앞두고 친척 가족분들이 모인 모습입니다. 2024년 추석 연휴에 저희는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그날 사진을 그림으로 옮겼고 저와 아내의 모습을 넣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