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를 부르는 애칭, 아카데미 시상식을 오스카라고 부르기도 함)
할리웃 키드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해의 중요한 행사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참 재미가 없었습니다. 시상식 자체의 퍼포먼스나 진행이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간단히 주요 수상작들을 나열해 보죠.
작품상: 아노라
감독상: 션 베이커 (아노라)
각본상: 아노라
각색상: 콘클라베
촬영상: 브루탈리스트
편집상: 아노라
외국여 영화상: 아임 스틸 히어
여우주면상: 마이키 매디슨 (아노라)
남우주연상: 애드리안 브로디 (브루탈리스트)
여우조연상: 조엘 살다나 (애밀리아 페레즈)
남우조연상: 키어런 컬킨 (리얼 페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 No Other Land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상: The Only Girl in the Orchestra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플로우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In the Shadow of the Cypress
단편 영화상: I'm Not a Robot
주제가상: El Mal (애밀리아 페레즈)
음악상: 브루탈리스트
시각효과상: 듄 파트 2
분장상: 서브스턴스
의상상: 위키드
미술상: 위키드
음향상: 듄 파트 2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재미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후보작, 수상작 영화들이 생소하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진짜 문제는 시상식 자체가 재미없게 꾸며졌다는 점입니다.
아니? 왜 주제가상 후보들의 공연을 안 했을까요? 거의 유일하게 볼만한 퍼포먼스였는데 말이죠.
저 같은 영화광이 아니라면 일반인 입장에서 낯선 외국인들만 나오는 시상식이 재미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측에서는 미국 영화 산업홍보를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청률 상승을 위해 그동안 고심과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덕후나 관련 산업 관계자가 아니라면 특별히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았던 점들을 떠올려보죠.
1)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에서 의외의 작품이 수상을 했다는 것입니다. "플로우"란 작품인데 디즈니나 픽사 같은 유명 제작사가 아닌 생소한 곳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작품입니다.
2) 수상에 실패했지만 "데미 무어"의 노미네이션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 "레슬러"의 "미키 루크", "주디"의 "르네 젤위거"처럼 영화의 캐릭터와 배우의 삶이 오버랩되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외모가 무너진 할리웃 스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3) 별다른 일이 안 생긴다면, 내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 정도의 시상식 진행이라면 수상 결과만 찾아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요약 영상정도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시상식 중간에 영화 "007" 주제가 메들리 공연이 그나마 볼만했는데 (왜 뜬금없이 007 퍼포먼스를 했는지 모름, 소개 멘트를 제가 놓친 것 같기도..) 블랙핑크 "리사"의 등장에 잠시 놀랐던 것이 기억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영화는 확실히 올드 미디어가 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일까요? 영화 산업을 대표하는 할리웃 아카데미 시상식의 초라한 모습에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