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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Mar 07. 2021

비트코인, 블록체인, 은행

새로운 자본주의

점점 사라지는 은행 풍경 (iPad 7, adobe fresco)

비트코인, 블록체인, 은행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2021년 2월)에서 비트코인의 광풍이 불고 있다. 비트코인 하나당 50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다. 물론 엄청난 변동폭으로 급락과 급등을 감수하는 것이 이쪽 바닥의 기본자세이다. 이렇게 과열될 때는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알고 투자를 하기보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넘어가서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은 세상 변화의 작은 힌트이다. 우리는 비트코인 가격을 뛰어넘는 그 이면의 변화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전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겼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많은 언론들과 사람들은 기계가 사람을 이겼다고.. 그것도 바둑으로 이겼다고 놀라움과 무서움을 토해냈다. 사실 이 이벤트에서 기계가 이겼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AI의 놀라운 발전 그 자체에 주목했어야 한다. 만약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졌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었을까? 인간과의 바둑 승부는 AI에게 있어서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AI의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인간과의 바둑은 그저 작은 힌트에 불과했다. 


비트코인의 어마어마한 가격은 비트코인이 함의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비트코인의 이면에는 "블록체인"이라는 놀라운 기술이 있다. 그리고 이 블록체인은 더 놀라운 철학으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철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철학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우리는 왜? 은행을 이용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신뢰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거나 빌려줄 때 그 상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누군가, 즉 은행을 이용해서 거래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의문을 제시한다. 거래하는 상대방이 도둑이라고 생각했는데.. 은행이 도둑이었다고 말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명목 아래 적정 이상의 수수료와 각종 폐해를 발생시킨다는 불만이 은행에게 가해졌다. 그래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를 하면서도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블록체인이다. 


그리고 그 블록체인을 완성하기 위해 비트코인(암호화폐)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가려진 블록체인은 기존의 중앙 관리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장치이자 철학이다. 개인과 개인의 모든 거래가 신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상상할 수 없게 변할 것이다.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었던 많은 방식이 개개인을 연결시켜주는 중앙관리 시스템에서 나왔다. 이는 자본주의의 방식이고 블록체인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철학이다. 자본주의를 아주 간단하고 좁게 말하자면 은행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까지 오기도 전에 상업은행의 몰락을 예견하는 사건이 몇 년 전에 발생했었다. 은행권 종사자들의 파업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은행업무 마비로 불편을 우려하는 뉴스가 나왔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파업을 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은행업무를 원활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모바일 디지털 뱅킹을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던 파업은 단시간 내에 조용히 종료가 되었다. 그리고 은행 직원들은 곧 디지털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얻게 되었다. 


위의 사례도 하나의 힌트이다. 디지털과 AI가 은행원들을 해고시킬 것이다라는 것뿐만 아니라 상업은행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목격하는 자리였다.. 


은행 시스템 디지털화의 정점은 결국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이다. 이미 중국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했고 각국들은 발행을 준비 중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 화폐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서,  디지털 화폐는 종이 화폐를 디지털로만 바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통화이다. 즉 중앙 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한다. 다만 보안 관련된 기술로서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가 상업 은행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로 돈을 보관하는 금고의 역할도 있다. 나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많은 돈을 집안에 두는 게 무섭고 불안하다. 이자를 몇 푼 안주지만 내 돈의 거의 대부분을 은행에 넣어두는 이유이다. 


그런데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이 디지털 형태로서 물리적으로 어디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안의 디지털 화폐 지갑에 10억 도 100억 도 전자신호로 보관된다. 보안도 좋아서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을 일도 없다. 그러면 은행에 내 돈을 보관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개인 간의 거래에서 디지털 화폐를 직접 주고받는 것이 은행 수수료도 아끼고 불필요한 절차도 줄이고 월등히 편할 것이다. 


디지털 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은 블록체인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비트코인의 폭등으로 진짜 중요한 블록체인이 가져올 엄청난 변화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상상해보라 암호화폐를 사용하든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든지 은행이라는 불편함이 없어진다는 것을.. 대출을 받을 때도 은행이 아닌 개인들로부터 직접 받을 수도 있다. 은행에 내 돈을 넣으면 이자 2% 대출할 때는 4%라고 가정한다면, 블록체인으로 거래하면 대출하는 사람이 빌리는 사람에게 3%의 이자만 주어도 둘 다 모두 윈윈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에도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면 부동산 중개인의 설자리도 없어질 것이다. 개개인이 직접 거래를 한다면 부담스러운 중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물리적 현금을 대체하는 디지털 화폐의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개인 정보 보호가 안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중앙 관리 하에 있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이고, 현재도 일정 금액 이상은 현실적으로 추적 가능한 입장에서 놀라운 위험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현재도 나의 대부분의 소비는 디지털 형태로 결제되고 있다. 현금을 사용한 지가 언제였던가? 마음만 먹으면 현재 나의 모든 금융거래를 10원 단위로 추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넘어가야 할 숙제로 보인다. 


각 나라의 입장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는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앙은행이 없어진다는 것은 국가 시스템의 붕괴로 바라볼 수 있는 혁명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실물화폐의 디지털화라는 화두를 거스를 수는 없어 보인다. 현시점에서도 현금거래가 사라지고 있는데 막대한 돈을 사용해서 사용하지 않는 현금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위기상황에서 먼 미래처럼 보이던 기본 소득에 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가시권에 들어온 기본 소득에 관련된 시스템으로 은행을 기반으로 하는 현금 시스템보다 디지털 화폐 시스템이 우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먼저 사용하고 있는 중국에서 시험적으로 일정 국민을 대상으로 세뱃돈처럼 디지털 화폐를 일괄 지급했다고 한다. 아주 간편하고 효과적이다. 은행을 거치거나 다른 금융기관을 거치는 현금 지급은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다. 


이 모든 화폐의 디지털화에 지대한 영향과 기본 기술로 쓰일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 투자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핵심은 그 뒤에 숨어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돈이 디지털화가 된다면 조폐공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실물 현금이 아닌 디지털 화폐를 만드는(?) 곳으로 변할까?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것 같은데.. 


상업은행들이나 조폐공사에서 일하면 예전에는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위험한 딴마음을 먹지 않게 하려면 그만큼 월급을 많이 줘야 한다고 어릴 때 들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런 곳에 취직하면 월급을 많이 받았다. 물론 가장 안전한 직업이기도 했다. 그런 직장이나 직업들의 붕괴가 예견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자니 참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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