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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pr 28. 2021

팀 쿡, 이제 디자인을 할 생각이 없나요?

점점약해지는 애플감성

팀 쿡, 이제 디자인을 할 생각이 없나요?


4월에 애플의 새로운 제품 발표가 있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팀 쿡, 이제 디자인을 할 생각이 없나요? "였다.


나에게 애플은 디자인이 최고인 회사로 각인되어있다. 무엇보다도 디자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제대로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디자인 마인드”라는 말을 할 때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었다.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저 컴퓨터 가지고 싶다” 할 때 그 대상은 애플 컴퓨터였다. 간단히 말해서 예쁜 디자인이 컴맹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확고한 개념을 사용자에게 제품으로 보여준 회사가 애플이다. 미니멀함이란 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편안하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지 제시했었다. 그 심플함은 모자란 것이 아니라 설명서가 없어도 어린아이까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 가운데에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가 놀라운 엔지니어이기 때문이 아니다. IT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게 한 천재라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탁월한 경영자 여서도 아니다. IT라는 기술 지배적 분야에 인문학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그 최전방에 디자인이라는 것을 배치해서 기술과 인문학을 융합시키도록 했다.


맥킨토시는 처음부터 쿨~ 했다. (iPad 7, Adobe Fresco)
아직도 애플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 (iPad 7, Adobe Fresco)
미니멀의 교과서 (iPad 7, Adobe Fresco)
스마트폰 디자인의 완성 (iPad 7, Adobe Fresco)


스티브 잡스가 떠나고 ”팀 쿡”의 시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팀 쿡을 여러 방면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독보적인 시총 1위의 기업을 만들어낸 결과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쪽과 혁신은 없이 안정적인 이윤 추구만을 원한다는 비난을 한다. 어느 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은 없을 것이다. 엄청난 덩치로 커진 거대기업을 안정적인 쪽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래도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놀랍고 참신했던 애플의 디자인 시대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대표적인 애플 제품군들의 디자인은 아직도 스티브 잡스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도 10년이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팀 쿡의 애플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팀 쿡은 엄청난 하드웨어의 게임 체인저를 이룩해서 새로운 성능의 컴퓨팅 시대를 이끌고 있다.


우리가 애플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드웨어 성능 때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성능이나 하드웨어적인 요소로 지금의 애플에 대한 팬덤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삼성의 제품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고, 애플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의 애플에 대한 맹목적인 팬덤은 사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애플 감성”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애플 감성이라고 불리는 디자인적인 가치는 정답이 없는 것이다.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그 위험한 도박을 한 것이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라고 우리를 이끌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과감하게 발을 내디뎠다. 그러기에 실패와 시련도 많았다. 오죽했으면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났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해냈다는 것을..


새로운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가치를 바꾸고 회사의 미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당연히 겁이 난다. 우리가 애플에게서 어떤 감성을 느낀다는 것은 그런 디자인의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을 사랑하는 것이다.


애플이 그냥 그런 회사라면 팀 쿡의 경영방침이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애플은 그냥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애플을 좋아하는 마음의 많은 지분은 스티브 잡스의 지난 시절의 그것들이다. 그런데 점점 지난 시절의 경험과 매력이 고갈되고 있다. 그 고갈되는 것을 채워줄 새로운 애플 감성이 필요한데 채워지지 않고 있다. 사막의 우물처럼 해가 갈수록 그 수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애플이지만 요즘의 애플은 돈에 눈이 먼 스쿠루지 같다. 아이패드 키보드에 40만 원대, 컴퓨터 메모리라도 업그레이드하려면 시중의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액세서리들의 가격은 현실인가 싶다. 컴퓨터 바퀴에 80만 원이 넘는다. 스마트폰 충전기를 안주는 것도 있지만 국내 브랜드도 얼씨구나 따라 하니 언급하지는 않겠다. AS는 포기한 지 오래이다.


이렇다 보니 디자인이 변하지 않는 것도 이해해주려는 마음보다는 수익을 위해 공정을 바꾸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일 정도이다. 디자인을 혁신할 능력은 있지만 수익을 위해 외면한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세상은 정답이 있는 곳에서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컴퓨터 안의 CPU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남보다 1만큼 이라도 빠르면 좋은 성능이다. 남들보다 1픽셀이라도 많으면 좋은 카메라이다. 이 정답은 그 누구도 갱신할 수 있다. 망해가던 애플을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살렸을까? 정답이 있는 것에서 정답이 없는 것으로 시선을 바꾼 것이다. 디자인이란 그런 것이다.


영원할 것 같은 애플도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특히 디자인적 가치보다 수치적인 가치에 매몰된다면 지금의 영광은 생각 외로 금방 사라질 것이다. 마치 더 할 디자인은 없다는 듯이 애플의 디자인 혁신은 한참 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스티브 잡스였다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고도 남았을 시간이 지나고 있다. 



새로운 iMac (2021)의 디자인

( 참고로 위의 사진은 2021년의 새로운 아이맥의 디자인이다. 나는 많이 실망했다. 좋은 디자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스럽지 않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애플의 그것과는 멀게 느껴진다. HP의 올인원 PC나 삼성, 엘지의 올인원 PC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오히려 그들의 시스템이 예쁘게 보일 정도이다. 이번 아이맥의 디자인은 자체 개발한 M1 CPU를 돋보이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M1 CPU 때문에 이렇게 얇게 만들었어요!" 디자인이란 그렇게 얄팍한 상술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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