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세계의 두려움
내가 SNS 활동을 주저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정글 같은 악플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에 나의 그림을 올리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름 각오가 필요했다. “나에게 아무리 악플이 달려도 의연하게 대처하리라..” 그런데 지금까지 악플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정글 같다던 인터넷 세상이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처음 그리는 그림에, 처음 쓰는 글에 어쩌면 그렇게 응원을 해주는지 아직까지도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며 즐겁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악플이 안 달릴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나의 글과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수가 적은 것이다. 나의 콘텐츠들을 봐주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나의 콘텐츠 주제와 같은 것을 관심사로 설정해서 우연히 나의 그림과 글들이 노출되었을 것이다. 능동적인 검색의 결과로 나를 찾았을 가능성도 높다. 모두 근본적으로 나의 콘텐츠에 반감을 가질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경험을 했던 선배들도 모른 척 지나가지 못하고 초보인 나를 격려해 주신다. 독자가 조금인 초보에게는 호감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의 그림과 글이 인기가 있어서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때부터 인터넷의 정글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규모가 작을 때는 나의 그림과 글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왔다면, 규모가 커지면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에게 나는 내던져지게 된다. 발가벗겨진 채 맹수들이 우글우글한 정글 한복판에 서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제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의 독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고, 조금 더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반응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브런치 활동을 하면서 대충 두 번 정도 조회수가 놀랍게 치솟은 경우가 있었다. 조회수 카운트의 알림이 수시로 오는데 그 놀라움과 반가움은 신세계였다. 얼마 전 두 번째 조회수 폭발을 일으킨 글에 드디어 악플이 달렸다. 순간 “아! 이게 조회수 폭발의 힘이구나!”하며 조금은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쫄보라서 좀 무섭기도 했다.) 악플이란 아주 나쁜 것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콘텐츠를 보이겠다고 결심한 사람에게는 성장의 필요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고작 악플 한 개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나의 모습에 많이 민망하다.)
악플이란 무엇인가?
악플은 내가 만든 콘텐츠에 상관없이 그냥 막 욕을 하는 것이다. 아무런 맥락이 없다. 예전에 나의 글에 대해서 일정 부분 반대의견을 필역한 분이 계셨다. 나는 너무나 고마웠다. 1+1 같은 산수가 아닌 이상 모든 의견에는 반대의견이 존재해야 한다. 나의 의견을 잘 들어주어야 반대 의견도 나오는 것이다. 나는 나와 반대의견에 고마움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많이 배운다.
그러나 악플의 내용은 정말 유치하고 가치가 없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는 논리나 객관적 증거는 없다. 대부분 그냥 뜬금없이 욕이다. 아니면 “너 잘났다” “아는척한다”등을 과격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팩트가 잘못되었다면 정확히 지적해주어야 사과를 하지 않겠는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의견에는 자신의 반대 의견을 적어주면 아주 쿨한 댓글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플은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조금은 정정하겠다. 내가 받은 악플은 좀 애매한 면이 있다. 맥락도 없고 글의 어떤 부분이 틀렸다는 내용도 없고, 자신의 반대의견도 필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악플이 맞는 것 같은데.. 그렇게 심한 욕이 아니었다. 길이도 그냥 딱 한 줄의 간단한 문장이다. 애매하지만 나는 악플로 정의하기로 했다. 내 글의 영향력이 약간 늘었다는 착각을 좀 더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후의 글들에서 조회수 급감의 현타가 온 것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