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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

변하지 않는 리더의 조건

by 그림한장이야기


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


P20210512_191120884_72963171-9715-4F76-AAFD-EED55AFD372C.JPG (iPad 7, Adobe Fresco)


리더십이란 정의하기 힘든 것 같다. 각 시대별로, 각 상황별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이 리더십 같다. 그래서 단편적인 여러 가지 경우들을 생각해보며 리더십의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보려 한다.


나의 경험 중 리더십을 찾아보기 가장 어려운 상황은 군대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비슷할 것 같은데, 군대에 가는 사람에게 당부하는 가장 중요한 말은 “항상 중간을 유지하라!”였다. 뭐든지 중간을 하는 것이 군대에서 살아남는 절대 원칙 중 하나였다. 줄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군대에서 중간 포지션은 최고의 자리이다. 맨 앞과 맨 뒤는 눈에 잘 띄어서 조그만 실수라도 얼차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간 자리는 그 확률을 확 줄일 수 있다. 지시받은 일을 누구보다 빨리 할 수 있다고 해도 속도를 늦춰서 중간 정도 순위로 완수하는 게 좋다. 늦는 것은 명확하게 문제이지만 군대에서는 빠른 것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생존 방식은 있는 듯 없는 듯 나의 존재를 숨기는 것이었다.


그 당시 군대에서는 당연히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와중에 손을 들고 나서서 내무반장이 되는 동료들이 있었다. 하루 만에 공부를 해서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자신의 취침시간을 내어서 남의 공부를 돕는 친구들이 있었다. 중간을 유지하기 위해 그 누구도 보고자의 위치에 서려하지 않을 때 딱 한 명 손을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용기를 가진 친구도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군대는 가장 어려운 삶의 상황 중 으뜸이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 중에 빛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동료들이 가끔씩 존재했다.


그 시절 군대에 가는 아들들에게 부모들은 중간만 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와 반대로 학교나 사회 속에서 부모들은 1등을 하라고 가르친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남들을 제치며 우두머리가 되어야 하고, 상황이 좋지 못하면 무리 중간에 존재를 숨기는 처세술을 당연스럽게 배우며 자랐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란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로렌스라는 영국 장교는 자신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아랍 부족을 이끌게 된다. 아랍인들도 견디기 힘든 긴 사막을 가로질러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거의 죽을 정도의 고생을 하며 로렌스와 아랍 부족은 사막을 건넌다. 그런데 부족 중 한 명이 사막 중간에 낙오를 한 것이다. 로렌스는 쉬지도 않고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낙오된 부족원을 구해 돌아온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서로 적대적인 다른 부족과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이끄는 부족의 한 명이 다른 부족의 법을 어기고 사고를 친 것이다. 알고 보니 사막에서 목숨을 걸고 구한 그 자였다. 로렌스는 단호히 그 자를 사살한다. 그 계기로 적대관계의 두부족은 하나로 합쳐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리더십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단호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직장에서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리더의 위치에 올라서면 더 이상 새로운 공부나 노력은 하기 힘든 것 같다. 대부분 자신을 그 자리로 이끈 기존의 기술이나 능력을 유지만 하고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하기 위해 그 지위를 즐기고 누리가만 한다. 자신의 발전보다는 부하 직원이 일을 잘해서 자신은 놀고먹기를 바라는 심리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부하 직원이 너무 발전하는 것은 위험하게 생각한다. 겉으로는 수평적인 문화, 거침없는 소통을 천명하지만 스멀스멀 나오는 꼰대 기질과 옛 시대의 권위주의는 숨길 수 없다.


직장에서의 리더는 계속 매일 공부하고 발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이 이끄는 직원들보다 뛰어난 점이 꼭 하나 이상은 있어야 한다. 생각만으로 수평적 혁신을 해서는 안된다. 고통스러운 실천이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개인적인 시간에도 꼰대 기질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직원들을 만나는 모든 시간에 꼰대질을 안 할 테니까. 직장 임직원들에게 발전의 면죄부를 주는 순간 그 회사는 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가정에서의 리더십은 어떻게 발현해야 할까?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말해보겠다. 어느 유명 강사의 딸이 고3을 앞두고 자퇴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딸은 아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와 생각을 설명했고 그 강사는 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뒤 자퇴를 허락했다. 지금은 새로운 방식으로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 유튜브 영상에서는 이 사례에서 중요한 지점을 몇 개 꼽았다. 부모가 일단 자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가장 기본일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합리적인 이유로 자퇴를 말할 때, 위의 부모는 이미 학교생활이 아닌 여러 경우의 수를 공부하고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위와 같은 경우 억지로 기존의 학교를 다니게 강요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아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고, 또한 자식의 학교생활 이외의 대책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식보다 공부를 안 하는 것을 당당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수학이나 영어 등등의 교과목은 당연히 자식을 앞설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관이나 세상의 변화, 자식들이 곧 주류가 될 미래 시대의 모습들을 공부해야 한다. 지난 시절 익히고 깨달은 오래된 지혜들을 들먹이며 “내가 너보다 가방끈은 짧지만 삶의 지혜는 더 많아!”라고 자식을 대해서는 안된다.


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

군대의 사례에서는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어도 나설 수 있는 용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례에서는 남을 위하는 마음과 단호한 원칙의 적용.

직장의 사례에서는 리더의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공부하며 생각과 실천의 일치.

가정의 사례에서는 리더인 부모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


리더십은 끊임없는 공부와 생각의 실천에서 오며 그 시작은 용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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