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둥 번개가 치는 밤.

영화 속 프레임을 필사하다.

by 그림한장이야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저는 영화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책의 글을 그대로 옮겨 적는, "필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영화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는 행위가 영화 필사 같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속 프레임을 필사하다.

천둥 번개가 치는 밤.


그림 필사로 옮길 영화는 "사우드 오브 뮤직"입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림으로 옮기고 싶은 장면이 넘쳐납니다. 이미 지난 글에서도 그림 속에 이 영화를 담았습니다. (지난 브런치 글: "용기란 문제가 있는 자리에 머무는 능력이다" ) 그 수많은 명장면들 중, 딱 한 장면만 필사를 한다면 저는 이 장면입니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처음으로 친해지는 그 장면, 천둥 번개가 치는 밤 "My Favorite Things"를 부르던 그 모습입니다. 두려움이 희망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이죠. 천둥 번개로 아이들만 무서웠던 것은 아닙니다. 이 낯선 상황에 홀로 떨어진 마리아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폰 트랩 대령의 7명의 아이들은 그동안 가정교사들을 겁주어서 쫓아냈었습니다. 이번에도 마리아에게 겁을 주는 데 성공합니다. 그녀가 침대 속을 들추며 아이들이 숨겨놓은 거미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정도였으니까요. 마리아가 잠들기 전 기도하는 눈빛에서 앞으로의 고난에 대한 걱정이 보입니다. 그때 천둥 번개가 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둘씩 마리아의 방에 달려오는 겁니다. 천둥 번개가 무서워 마리아에게 온 것이죠. 그렇게 그들은 처음으로 상대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풀고 서로를 받아들입니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운 도레미송의 장면도 없었을 것이고 대령은 남작 부인과 결혼하고 아이들은 기숙학교로 보내져 뿔뿔이 흩어졌을 것입니다.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달래는데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는 것만 한 것도 없죠. 하지만 그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영화 속 아이들도 마리아가 떠난 후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할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