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한장이야기 May 03. 2021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포메라니안들과 도시생활

포메라니안들과 도시생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얼마 전 우리 집 반려견 중 모카가 다쳤습니다. 턱 밑에 찰과상을 입었지요.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반려동물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대비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모카가 다친 전모는 이렇습니다.


얼마 전 반려동물 전용 유모차(개모차인가요?)를 구입했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가 3마리인지라 외출 시 힘든 점이 제법 많더군요. 아이들도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걷다 보면 자꾸 안아달라고 하는 빈도가 늘어갑니다. 건널목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아이들을 안아야 하는데.. 우리 부부도 예전 같은 몸이 아니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사고뭉치인 “모카”는 참~ 무겁습니다. (사료만 주는데도 체중 조절이 안되네요.)


사고는 강아지 유모차 첫 시승식에서 발생합니다.


평일 저녁, 들뜬 마음으로 처음 구입한 유모차에 메이, 모카, 오이를 탑승시키고 인근의 산책로로 나갔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유모차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메이와 모카는 상체를 일으켜서 몸의 반이 유모차 밖으로 나왔지만 처음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유모차에는 안전고리도 있어서 아이들 하네스에 연결도 해두었습니다. 조금은 마음을 놓고 있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집에 들어가려는 참이었습니다. 시끄럽고 과격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기만 하면 흥분을 하는 모카인데, 딱 그런 경우를 맞이하게 된 겁니다. 흥분한 모카는 유모차에서 떨어집니다. 모카의 예상은 슈퍼독처럼 날아서 점프를 한 뒤 뛰어가는 사람을 향해서 사자처럼 짖어대는 것이었겠죠. 세상일이 생각대로 안 되는 것은 강아지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모카는 모양 빠지게 점프 대신 낙상을 합니다. 아마도 점프를 했지만 유모차 안전고리가 모카를 끌어당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힘은 있어서 안전고리에 연결된 하네스가 벗겨졌습니다. 모카는 턱으로 착지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프다고 그렇게 울어대는 모카를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사람의 아이들과 어찌나 비슷하던지.. 사고가 나고 순간 모카는 너무 놀라서 가만히 있더군요. 그러다가 곧 아픔이 몰려오는지 울었습니다. 나도 너무 놀라서 모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울음이 멈추었죠.


조금 뒤 모카가 안정이 되자 몸에 이상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바닥에 내려놓아서 움직임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잘 걸어 다니더군요. 지금까지 문제는 없었습니다. 턱밑의 영광의(?) 상처만이 그때를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면서 그들이 언제 어디서 무슨 사건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이제 오줌이나 똥을 집안 아무 데나 싸는 것은 사건도 아닙니다. 부디 다치거나 아프지만 말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놀람과 고통을 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훈련이 잘된 반려견이라도 언제 찾아올지 모릅니다.


지금은 그날의 사고를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모카와 저는 그의 턱 밑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전설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식구들과 산책을 하다 동네 강아지 조폭 집단을 만납니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카는 17마리의 조폭 강아지들과 싸우게 됩니다. 식구들을 구한 모카는 턱 밑의 영광의 상처를 입고 말죠. 그리고 그 싸움은 전설의 17대 1 싸움으로 전해 내려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반려견은 천재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