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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Dec 20. 2020

당신의 반려견은 천재이다.

포메라니안들과 도시생활

포메라니안들과 도시생활

당신의 반려견은 천재이다.


우리 집에는 3마리의 포메라니안이 있다. 메이가 어미 개이고 모카는 사내아이 오이는 여자아이이다. 그중 모카의 별명은 "전교 꼴등"이다. 어릴 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거칠고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녀석이었다. 뭘 가르쳐도 항상 느렸다. 그저 먹는 것만 보면 좋다고 입 벌리고 헤~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성격은 참 무던하고 화낼 줄을 모른다.


세월이 흘러 모카는 지금 7살이다.


모카는 천재가 되었다. 배변 실수도 거의 하지 않고, 간식 줄 때 기다릴 줄도 안다. 내가 화가 나서 혼내려면 배를 보이고 발라당 누워서 나의 공격력을 무력화시킨다. 이리가라 저리 가라 하면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원하는 장소에 가서 기다린다. 


모카가 어떻게 천재가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함께 보낸 시간이 답이었다. 모카는 우리 가족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천재이다. 그것은 메이도 오이도 마찬가지이다. 모카가 좀 늦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천재가 되었다. 


모든 반려견들은 결국 천재가 된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천재말이다. 


대부분 어린 반려견을 입양할 것이다. 처음에는 귀엽다며 좋아서 난리가 난다. 하지만 머지않아 실망으로 반려견을 비난하는 것으로 난리가 난다. 똥, 오줌을 가리지도 못하고 훈련도 안되고 시키는 것과 반대로만 행동한다. 다른 집 반려견은 하루 만에 똥, 오줌을 가리고 처음 하는 훈련도 척척한다며 비교까지 하며 말이다. 


어떤 반려견들은 종종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곧 나의 반려견은 그들을 넘어서게 된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의 반려견은 천재가 된다. 어떤 천재?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천재 말이다. 결코 남의 반려견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나와 하루하루 행복하게 시간을 보낸 반려견은 어느 순간 놀라운 행동을 하게 된다. 내가 일어서는 순간 나의 그 미묘하고 찰나를 스치는 행동에서 그다음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간식을 주렸는지? 목욕을 시키려는지? 아니면 발톱을 자르려고 하는지? 그냥 물을 마시러 가는 것인지 말이다. 간식을 주려하는데 어느새 반려견은 간식 통 앞에서 짖고 있다. 목욕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 반려견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간식으로 유인해도 속지 않는다.


어릴 때 사고만 치던 강아지였던 나의 반려견은 내가 위로가 필요할 때 누워있는 내 등 뒤로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준다. 내가 화가 나 있다면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서 나의 눈치만 보고 있다. 아침 알람 소리에 내가 깨지 않는다면 얼굴을 핥아 나의 안부를 확인한다. 


이 모든 것들은 반려견과 시간만 보내면 가능한 것들이다. 놀라운 것은 사랑하는 마음 없이 매일 밥만 주어도 반려견은 나에게 모든 것을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 안 된 초보 반려인이라면 절대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그들과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그 시간이 쌓여 당신의 반려견을 천재로 만든다. 당신의 손끝 미세한 진동도 무슨 의미인지 아는 천재말이다. 


요즘 나의 반려견들이 나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자주 착각을 한다. 어쩌면 착각이 아닐지 모른다. 내가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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