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작은 여행
여행 날짜: 2026년 2월 28일
일정:
1. 태극당
2. 남산
3. 에필로그
2026년 2월의 마지막날, 저와 아내는 서울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평범한 가게가 오랫동안 한 장소를 지키다 보면 도시의 역사가 됩니다.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서울에는 "태극당"이 있다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 태극당 >
이번 여행은 태극당 2층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작합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돔지붕이 장충 체육관입니다. 이곳 조명도 옛날식인가요? 촬영한 동영상에 줄이 많이 생기네요. 커피와 빵을 먹으며 레트로 정취에 잠시 빠져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외출하고 돌아오실 때 종종 태극당 빵을 사 오셨습니다. 그 당시 어린 저는 태극당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음식이 꼭 맛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한때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쇄락해가던 옛날 빵집일 뿐이었던 가게, 그 태극당이 새롭게 마케팅을 펼치며 서울의 전통과 유행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습니다.
태극당을 나와서 길을 건너려고 건널목에 섰는데, 우리 앞에 할아버지 두 분이 계시더군요. 손에는 빵이 담긴 종이 가방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태극당의 오랜 단골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두 분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요? 한 가게를 오래 다니다가 자주 마주친 두 분이 인생의 벗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남산 >
다음 목적지로 남산을 택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올라갈 수 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거의 반 정도가 외국인들이었습니다. 외국 관광객들이 많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관광객들과 섞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느낍니다. 남산 꼭대기에 도착하니 정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잠시 사람 구경하다가 걸어서 내려가기로 합니다.
남산 밑의 동네는 새로운 세상처럼 다가왔습니다. 경사가 가팔라서 불편한 면이 보이지만 묘한 기분이 설레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남산 타워가 보이는 동네. 그 설렘이 낭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 에필로그 >
오르막은 버스를 탔고 내리막만 걸었는데... 그다음 날 무릎이 아프고 다리에 근육통이 생겼습니다. 오르막보다는 덜하지만 평지가 아닌 내리막도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재미는 없지만 평탄한 길을 걷고 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