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vresavie Nov 16. 2016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요?『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지극히 사적인



신기한 소설이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하룻밤 사이에 다 읽었다. 나는 원래 책을 읽는 속도가 좀 느린 편인데,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내용에 이끌려 막힘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현재에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는 오래된 장소에 숨어 들어간 3인조의 도둑들이, 그곳에 도착한 고민상담 편지를 발견하고 거기에 답장을 쓰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현재와 과거를 초월하며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스토리를 처음부터 구상하고 그 안에 주인공 한 명씩을 그려 넣은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어린아이들이 장난스러운 질문을 보내면서 시작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상담이, 우스운 질문에도 항상 진심 어린 답장을 보내주는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차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인생의 큰 고민들을 익명의 편지를 보내 상담하기에 이른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 P 32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구라도 있으면 하는 마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 마음 말이다. 나 또한 살면서 힘들다 느낄 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한 명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안을 받고 안심이 되곤 하니깐 말이다. 고민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결코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고민을 나눠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처럼 나만의 고민상담소가 되어 줄 사람들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내 사람들이 힘겹거나 슬퍼할 때 기꺼이 그들의 고민상담소가 되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서로를 그렇게 보듬을 수 있는 단 몇몇의 사람을 가진 것만으로도 나는 꽤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는지.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이 소설 속 사람들처럼 익명의 편지로 고민을 상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니까.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마땅히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사심 가득한 문장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 P 159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P 447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면 우리는 어디에서나 이방인 『한국이 싫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