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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그리는기도 Mar 24. 2023

솥뚜껑에 삼겹살 말고 꽃

가드닝에도 믹스 앤 매치


가드닝은 집집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개인의 취향, 가족 구성원 등 많은 요소에 따라 그 스타일이 결정되는데 우리는 대형견을 키우다 보니 몇 년간은 땅에 이쁜 꽃들을 죄다 심어 두고 며칠 지나 우리 제이미가 다 밟아버려 사라지기 일쑤였다. 대형견을 키우고 있는 가드너들을 아마 공감하실 거다.

그렇게 내가 사랑하던 야리야리한 핑크색 작약도 우아했던 보랏빛 독일붓꽃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특히 현관 앞쪽에 작은 화단이 있는데 제이미에게는 오고 가는 디딤판 같은 곳이라 꽃이 남아나는 법이 없었다. 낮은 펜스도 해봤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반복하고 나서야 그 화단에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화단 안에 화분 역할을 해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화단과 조화롭고 어색하지 않으며 오브제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고 특히 현관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우리 취향에 맞는 무언가 찾던 중…

찾았다! 그것도 업소 주방용품점에서…



무쇠 빵솥!

                                               



시장 가면 볼 수 있는 큰 기름 솥이다. 오! 이것이야 말로 무쇠로 만든 멋진 대형 화분이다.

그러고 보니 분명 어딘가 가드닝 책에서 멋지게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모든 게 완벽했는데 아쉽게도 밑에 구멍이 없었다. 화분이라면 물이 빠져줘야 비가 올 때도 문제가 없을 텐데 무쇠라 우리가 구멍을 쉽게 뚫을 수도 없고 판매하시는 사장님도 여기선 뚫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니 아쉬운 마음에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배달 다녀오신 기사님이 트럭에서 내리시며 고민하는 우리를 보시고는 한방에 해결해 주셨다.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 원하는 개수의 구멍을 뿅 하고 뚫어주셨다. 간절하면 된다니까...

그렇게 우리들의 무쇠빵솥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보라색 국화로 가득 채워줬다.







무쇠의 멋을 알고  후로는 빈티지 샵이나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된 무쇠 물건만 보이기 시작했다 제품을 사려니 무쇠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골동품 가게를 열심히 찾아다녔다그렇게 열심히 발품 팔아 아담한 솥뚜껑부터 좀 더 큰 사이즈의 솥뚜껑, 무쇠 절구, 대형 빵솥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골동품가게에서 틈틈이 찾아냈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꽃을 다 땅에만 심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화분도 사실 한계가 있다. 월동이 되고 안되고에 따라 심는 위치 선정에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되고 마냥 이쁘다고 다 심을 수 없는 사실이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정원의 화병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만든 아담한 연못에 귀여운 솥뚜껑>


<골동품 가게에서 득템한 대형 빵솥>




마음에 드는 꽃을 솥뚜껑 위에  적당한 흙과 바크로 토닥여주었다. 비 오는 날에도 잘 흩어지지 않고 물만 슬며시 기울여서 빼주니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특히 바늘꽃은 하늘을 찌를 기새로 멋지게 자라주었다.

월동되는 꽃이라고 다 월동되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와 온도에 따라 각기 다 다른데 우리 집에서는 월동하기 힘든 꽃을 이렇게 심으니 마치 오브제 같으면서도 정원에서 색다른 방법으로 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 제이미가 밟을 일이 없으니 더욱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솥뚜껑위에서 멋지게 피어나는 바늘꽃>


<무쇠 절구와 솥뚜껑을 합체해 만든 무쇠 화분 그리고 우리 제이미>




<정원에 그리는 기도> 2021 5 17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위해 정원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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