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인 것을

글을 쓰고 본업도 하고 부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짜인 일정대로 되면 얼마나 좋으련만

조금만 게으름, 농땡이를 피우다가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모든 일정들이 어그러져 오늘의 일이 내일로 내일의 일이 모레로 모레의 일들이 글피로 가면서 손도 대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면 해야 할 일들을 품어서 얼른 끝내야겠다가 아니라 저 멀리 내팽개쳐서 내 일이 아니야 도망치다 보니까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손을 대려고 하니까 할 일들이 잭과 콩나무의 나무처럼 하늘을 뚫고 치솟아 나뭇가지마다 얄밉게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래서 하나씩 풀어가기로 했다. 자라난 나무에 올라가 할 일들을 떨궈내야지.

1년 좀 넘게 다녔던 체육관은 그만두었다. 대회도 세 번째로 막을 내렸다.

그러면서 나를 좀 더 이끌어주고 배울만한 스승(?)을 찾기 위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나의 운동 목표와 니즈에 맞는 체육관을 찾았지만 너무 멀어서 현실적으로 계속 다니기는 불가능했다.

원대한 목표와 꿈을 안고 관장님과 이런저런 진지한 이야기를 해서 다니게 된 건데 한 달하고 관두게 되어서 너무 책임감이 없는 사람처럼 전락된 것 같다. 그래도 늘 연락하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근황을 주고받는 관장님의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렇게 여름을 가을을 빡세게 보냈다.

뭔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몸뚱어리가 더웠고 시원했다는 그 감각만이 남아 있었다.

관장님의 권유로 여성복서모임에도 가입했다. 첫 정모에 참여할 때 떨리고 설레고 그랬다.

운동은 쉬더라도 모임은 참여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아는 분이 많지 않아 선뜻 나서기가 어렵긴 하다.

스파링하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고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아서 좋은 시간이었다.


그 뒤로 계속 일이 생겨 운동도 모임도 손을 놓고 있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하다 보니 몸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쉬어야 한다고 제발!”

그래서 푹 셨다. 쉰다는 게 엄청 어색했다.

가족들, 친구들과 좋은 시간도 보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것들도 보고

하루하루를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워 나갔다. 공허함을 진정함으로 채우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감정에만 몰두해서 즐긴 지가 얼마 만인지 나는 쉬면서 동심으로 돌아갔다.


포동포동 살도 찌고 피부에 윤기가 돌 즈음 겨울이 왔다.

눈이 내렸고 크리스마스도 지났다. 나는 일이 끝나고 늦은 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내 차 뒤에서 오른쪽으로 360도 회전하면서 나를 위협하면서 다가오는 차를 보았고 빙글빙글 돌면서 내 앞에 가로로 멈춰 섰다.

나를 비롯한 1,2,3,4차선 사람들이 비상등을 키며 멈추었다. 마치 멈춘 차량의 독무대를 지켜보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간이 멈춘 느낌이 이런 거구나. 정적이 흐르고 10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세상에 반기를 든 듯 가로로 세워져 있던 차는 정신을 차렸는지 핸들을 돌려 4차선 쪽으로 유유히 빠져나갔고 멍해진 정신을 챙겨 모두 약속한 듯 제 갈 길을 갔다.

행복이 흘러넘치면 이런 이벤트가 열려 행복에 느슨해지지 말고 긴장을 하라는 뜻일까 그런 생각에 실없이 웃었다.


지인의 복싱 대회를 응원하러 갔던 대회장에서 서로 주먹을 겨루고 거친 숨소리와 그 과격한 몸짓을 보니 다시 복싱을 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지난 시간동안 정말 하얗게 불태웠구나 복친자였구나 싶었다.

무언가에 1년이라도 미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또 실천을 했다는 것이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도 연료를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게도 불태울 연료가 많이 있었구나. 나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건 결국 나였고 한계에 부딪혀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이 생기지 않게 20대보다 많은 도전을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대한 현실감이나 사회적 규칙들은 지키되 도전에 대한 제한은 자유롭게 풀어서

직접 도전해 볼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많이 만들어볼 생각이다.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지내면서 말이다.

내년에는 다시 운동을 시작하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그림을 그려 본다.


첫 브런치, 엉망진창 문장,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함을 가지고 나의 복싱 생활을 적어봤다.

그동안 내 글을 보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일상에서 힘이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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