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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106일 차

감동 가득 낭만 과다 포르투

by 빈카 BeanCa

드디어 포르투를 즐기는 하루이다. 중학교 때 포르투가 나오는 여행 유튜브를 본 뒤, 포르투는 나에게 막연한 버킷리스트였다. 루이스 1세 다리가 아름다워 그림에 흥미라고는 1도 없는 내가 처음으로 그려본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꽤나 오래 이어진 포르투 사랑 끝에, 드디어 포르투에 올 수 있게 되었다. 2박이 일반적이지만, 사심 가득 담아 3박을 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이유이다. 오늘은 대망의 포르투 첫날이었다.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소제목처럼 낭만 가득하고 감동 과다한 하루였다.

오늘의 첫 일정은 브런치였다. 시차 덕분인지 비교적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8시 반쯤 브런치 가게에 도착해 대표 메뉴인 딸기와 구운 치즈가 매력적인 토스트와 후무스를 주문했다. 그리고 거의 4달 만에 마시는 감격스러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주문하고, 언니는 아메리카노에 우유 조금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토스트는 특이했는데, 빵 위에 딸기 잼과 크림치즈가 올라가고 아보카도와 구운 치즈가 올라갔다. 그리고 토핑으로 생딸기와 피스타치오가 올라가 있었다. 먹어보니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딸기잼의 달달함과 크림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함이 맛의 시작이었고, 아보카도의 부드러운 풍미가 고소하고 살짝 짭짤한 구운 치즈와 잘 어울렸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조합을 생딸기가 상큼하게 잡아주고, 피스타치오가 고소함과 풍미를 더했다. 그야말로 참신하고 완벽한 조합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후무스는 고소하고 부드럽고 살짝의 향신료가 들어가 빵과 잘 어울렸다. 거기에 구운 버섯과 토마토가 조화롭게 맛을 극대화했다. 시원한 아아까지 완벽한 브런치였다.

다음으로는 카르무 성당으로 향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렐루 성당과 가까워 들어갔는데, 내부가 꽤나 화려하고 특이했다. 예배당 앞쪽의 장식이 화려하고 특이했는데, 세밀하게 조각된 제단이 지금껏 보지 못한 느낌이라 신기했다. 특이하게도 제단 뒤쪽으로 길이 있어 작은 전시가 있었는데, 제단 뒤로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 신선했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렐루 서점으로 향했다. 오늘이 렐루 서점의 119주년 되는 날이라 사람이 아주 많았다. 일단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언니랑 떠들기도 하고 책도 읽다 보니 시간이 꽤나 금방 갔다.

그렇게 들어간 렐루 서점은 예술이었다. 서점을 2시간 기다려서 들어가는 게 조금은 의심스러워 중간에 포기할까도 싶었는데, 여기는 확실히 달랐다. 포토스폿인 중앙 계단으로 향해 사진도 찍고, 뒤에 있는 어린 왕자 공간에 가서 감탄도 했다. 이렇게 감각적으로 꾸며진 서점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위층에도 올라갔는데, 위층은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책이 더 많았다. 그리고 119주년이라 그런지 포트 와인과 간식을 나눠주셨다. 생애 첫 포트와인을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달달하고 맛있었다. 도수가 20도 정도인데도 달달해서인지 그렇게 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도 많이 남기고 와인도 마시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서점에서 나와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갔다. 포르투갈에서 먹는 첫 에그타르트였다. 그리고 맛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약간의 시나몬 향이 나는 듯한 촉촉하고 달달하고 부드러운 필링과 바삭한 페스츄리까지 완벽했다. 포르투갈이 왜 에그타르트의 원조인지 바로 알게 되었다.

다음 코스는 포르투 대성당! 탑과 아줄레주 양식이 유명한데, 가는 길 곳곳에 버스킹 공연이 있어 낭만 가득했다. 대성당에도 기타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하시는 버스킹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포르투와 잘 어울리는 잔잔한 노래들을 연주하셔서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행복하게 들었다. 포르투 대성당은 가운데 중정이 있는 특이한 구조였는데, 아줄레주 양식이 역시 아름다웠다. 원래 파란색을 좋아해서인지 아줄레주 양식의 파란색이 시원하면서 화려하고, 흰색과 파란색 2개의 색만 사용되어서인지 깔끔한 느낌도 드는 신기하고 예쁜 패턴이었다. 아줄레주 양식의 벽들도 구경하고 탑으로 올라가 시내 전경도 감상하고 돌아왔다.

샌드만이라는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영어 투어를 예약했는데, 우리 포함해서 4명이라 프라이빗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와이너리 가는 게 재밌어 포트 와인이 유명한 포르투에서도 투어를 해서 배우고 싶어 왔는데, 기대보다도 훨씬 상세하고 재밌었다.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수많은 오크 통, 샌드만의 역사 등 기본적인 지식들과 병에 담긴 와인을 오래 둔다고 빈티지가 되지 않는 이유와 같이 궁금했던 것들도 배울 수가 있어 유익하고 신기했다.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커다란 오크 통에 있으면 기본인 루비, 작은 배럴로 옮겨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늘리면 Tawny라는 다른 종류가 된다는 것도 신기했고 10년에 2년 정도를 빈티지 포트 와인의 해로 특별 지정한다는 점도 신기했다. 렐루 서점에서 마신 포트와인이 처음일 정도로 포트 와인에 대해 무지했는데, 흥미진진하게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대망의 시음 시간! 화이트, 루비, 타니까지 3종류를 맛볼 수 있었다. 화이트 와인을 좋아해 화이트 포트 와인도 기대했는데, 화이트 와인의 깔끔함이 덜하고 레드 포트 와인에 비해 풍미가 덜해서 세 종류 중 개인적인 3위였다. 다음으로 루비는 커다란 오크에서 숙성된, 프레시하고 초콜릿과 과일 향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는데, Tawny보다 진해서 신기하고 맛도 Tawny보다 진했다. Tawny는 조금 더 가볍고 산뜻해 우리의 원픽이었다. 언니랑 떠들면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덧 시음만 1시간을 했다. 포트 와인이 20도라서 걱정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마시니 취하지 않고 기분만 딱 좋아졌다.

언니와의 수다가 끊이지 않아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해물밥 맛집이라서 해물밥 하나와 문어 요리를 주문했다. 와인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이미 3잔씩 마시고 온 우리에게 추가 음주는 무리라서 패스했다. 그렇게 메뉴가 하나씩 나왔는데, 해물밥은 특이하면서 어딘가 익숙한데, 해물이 신선하고 가득 들어있어 맛있었다. 한 숟가락에 조개가 막 3개씩 나올 정도로 해물로 가득했는데, 비린 맛 하나 없이 진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나의 원픽은 뽈뽀, 문어요리였다. 바로 인생 문어요리에 등극할 정도였다. 강렬한 소스 없이 가벼운 올리브 오일과 채소가 곁들여 나왔는데, 통통한 문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살짝 쫄깃하게, 완벽하게 구워져 나왔고 올리브 오일 기반의 소스가 감칠맛 가득했다. 같이 나온 감자는 포슬하면서 부드럽고 감자 자체가 달아서 맛있었고, 시래기 같은 나물도 소스와 잘 어울려 싹싹 긁어먹었다.

배부르게 먹다 보니 어느덧 일몰 시간이 되었다. 저녁을 먹은 식당이 강가라서 계산을 하고 곧바로 강가 벤치로 나왔다. 포르투의 일몰은 환상적이었다. 다른 곳은 노을을 보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노을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정도로 노을이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사진도 왕창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동이 몰려왔다. 어린 시절의 버킷 리스트를 이룬 것에 대한 찡함이 있었다. 노을이 비치는 루이스 1세 다리가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풍경과 똑 닮아서 행복이 밀려왔다. 언니랑 둘이 감탄만 연발하며 황홀하게 행복한 일몰 구경을 했다.

일몰을 봤으니 야경을 보러 모루 정원으로 향했다. 오르막을 올라가니 위쪽에서 다리와 시내 전체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가운데 강이 흘러서 탁 트이고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사진도 많이 찍고 앞에서 펼쳐진 밴드의 버스킹도 신나게 봤다. 강은 오전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조명으로 반짝여서 아름다웠고 시내는 불빛이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조화를 이뤄 예뻤다.

야경을 보고 늦지 않게 돌아가기 위해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시까지 한다고 해서 갔는데, 대부분 철수하는 분위기라 잠깐 구경하고 파파야 젤리 하나만 사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낮에는 포트 와인을 마셔서 잠에는 포르투갈의 또 다른 유명와인인 그린 와인을 사고, 같이 먹을 딸기와 치즈, 내일 먹을 요거트와 상큼해 보이는 오렌지 주스까지 사서 귀가했다. 호텔로 돌아와 마신 그린 와인은 산뜻 그 자체였다. 첫맛이 이게 와인인가 싶을 정도로 가볍고 산뜻했는데, 도수가 낮아서인지 끝 맛이 뚝하고 끝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청량하고 도수도 9.5도로 비교적 낮아 거의 한 병을 비웠다. 씻고 글도 쓰고 이제 잠에 들려고 한다.

포르투는 정말 낭만 가득한 것 같다. 곳곳에 펼쳐지는 버스킹부터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오늘 본 일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일도 포르투를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 내일도 알차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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