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리즈인 포르투
포르투를 본격적으로 즐기는 두 번째 날이다. 오늘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로 해서 근처 카페로 향했다.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집이라 샌드위치 하나, 에그타르트 하나 그리고 커피를 주문해 나눠마셨다. 샌드위치는 바삭하고 터키는 짭짤하고 올리브오일은 바삭해서 맛있었고, 커피도 무난했다. 에그타르트는 역시 맛있었는데, 조금 더 바스락거리는 식감과 꾸덕한 필링이 매력적이었다.
든든하게 먹고 산책 삼아 수정 정원으로 걸어갔다. 30분 정도 거리였는데, 포르투의 길거리를 걸으며 포르투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정원에 관해 아는 게 없는 상태로 갔는데, 가자마자 닭이 있어 놀랐다. 알고 보니 여기는 많은 새들의 서식지라고 하는데, 닭과 오리, 공작새와 인디언 공작새까지 볼 수 있었다. 평소에 새를 꽤나 무서워하는데 여기 새들은 이상하게 무섭지 않아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강이 보이는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있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볼량 시장! 어제 갔는데 거의 닫아있던 게 아쉬워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이동했다. 시장의 가게들이 모두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보지 못한 해산물이나 육류를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아 신기했다. 빵집도 있고 어제 본 과일 가게나 견과류 가게, 치즈 가게, 기념품 가게까지 다양했다. 어제 산 말린 파파야가 맛있어 오늘은 말린 블루베리를 사봤고, 간식으로 먹을 헤이즐넛도 샀다. 과일 주스도 꽤나 진해 보여서 딸기 라임 주스를 사봤는데, 묽어서 과일 맛이 연하게 느껴졌다.
주스 하나를 마시며 클레리구스 성당으로 향했다. 12시에 오르간 연주가 있다고 해서 맞춰서 갔다. 오르간을 성당마다 봤지만, 연주를 직접 듣는 건 처음이라 기대가 되었다. 오르간 연주는 성당 분위기랑 잘 어울렸다. 듣자마자 왜 성당마다 오르간이 있는지 바로 이해가 될 정도로 신성한 분위기가 있었다.
연주를 듣고 배가 고파져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제 살짝 관광객 많은 식당으로 가서, 오늘은 현지인 맛집으로 가려고 열심히 찾아 생선구이 맛집으로 갔다. 오늘의 메뉴가 있는 맛집이라 우리도 튀긴 대구와 콩밥, 그리고 구운 연어를 주문했다. 하우스 와인도 같이 주문해서 마셨는데, 3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작은 jar에 나왔다. 와인부터 마셔보니 부드러우면서 잘 익은 포도의 향이 느껴지고 달지 않은 고급스러운 마무리까지 훌륭했다. 음식은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다른 손님들의 음식 냄새도 훌륭하고 현지 사람들로 가게가 가득 차는 걸 보고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기다림 끝에 나온 음식은 대구 튀김이었다. 우리나라의 생선 전과 비슷한 맛인데 훨씬 촉촉하고 맛있었다. 콩밥이라는 메뉴 이름을 듣고 포르투갈식 콩밥은 뭔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해물밥과 비슷한 토마토 베이스 육수에 밥과 콩을 넣어 끓인 것이라서 중독성 있고 맛있었다. 뒤이어 나온 연어 구이도 비린 맛 하나 없이 고소하고 부드럽고 촉촉해서 맛있었고, 가니쉬로 나온 채소들도 익힘, 간 모두 완벽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상벤투역 구경을 갔다. 기차역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줄레주 양식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아줄레주 특집 느낌으로다가 외벽이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유명한 성당에도 가고, 잠깐 쉬었다 가려고 근처에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으로 들어갔다.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주문했는데, 에그타르트가 꽤나 실망스러웠다. 지금껏 훌륭한 에그타르트만 먹어서인지 기름의 맛과 향이 강하게 남아있어 부담스럽고 느끼했다. 크림도 부드럽지도 꾸덕하지도 않은 애매한 맛과 식감이라 아쉬웠다. 포르투에 와서 에그타르트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 이제 한국 가면 에그타르트를 어떻게 먹어야 될지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맛있게 에그타르트를 먹고 30분 정도 걸어 트램을 타러 갔다. 해안을 따라가는 트램이 있어 타러 갔는데, 트램을 잠깐 기다리는 동안 강가 산책을 야무지게 했다. 강을 따라 걸으니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트램을 탔다.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곳까지 강을 따라 쭉 풍경이 보이는 경로였는데, 나는 졸려서 중간부터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어느덧 강과 바다가 만나는 종점에 도착해 있었다. 내 눈앞에 그 유명한 태평양이 펼쳐지다니 꿈만 같았다. 혼자 동떨어진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야자수도 있고, 하늘도 파랗고 파도 소리도 들리고 힐링 제대로였다. 잠깐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다 노을을 전망대에서 보기 위해 다시 트램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서 또 25분 정도 걸어 전망대에 올랐다. 어제의 야경도 아름다웠는데, 오늘의 야경도 황홀 그 자체였다. 다리와 마을의 야경이 한눈에 돌아오고, 오른쪽부터 해가 지는지 오른쪽부터 어두워지고 왼쪽은 붉게 타오르는데 신기했다. 인생 가장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울 일몰이었다. 언니랑 이런저런 진지한 얘기도 하면서 한참을 감상하다 동네 마트에 들러 과일과 맥주를 사서 귀가했다. 돌아와 저녁과 간단한 술도 마시고 씻고 이제 잠에 들려고 한다. 매일, 매 순간이 리즈인 포르투에서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