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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Oct 24.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여행 15일 차

20살 D-day

 대망의.. 생일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카톡과 디엠으로 수십 개의 연락이 와있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답장을 조금씩 하다가 준비를 하고 친구랑 마트 구경하러 갔다. 어젯밤에 먹은 과자(나의 원픽 레몬쿠키)를 사고 싶다고 해서 에데카에 잠깐 갔다. 집에 내려놓고 패딩을 사러 올림피아 쇼핑몰에 갔다. 조만간 융프라우에 가는데 크롭 기장의 패딩뿐이라고 해서 패딩 구경을 갔다. 망고부터 자라, HNM까지 갔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은 없었지만 친구는 셔트 하나를, 나는 비니 하나를 샀다. 둘 다 배가 고파져서 가려던 NewYork은 포기하고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브런치를 먹으러 간 곳은 나의 방앗간 카페이다. 이전까지는 케이크만 먹어봤는데, 브런치 메뉴가 맛있어 보여서 친구랑 가보기로 했다. 11시 오픈에 맞춰 오픈런을 했는데, 우리 앞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입장해서 토마토 모차렐라 베이글과 햄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인기가 많은 동네 카페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한 20분 정도 기다렸을 때 우리의 브런치가 나왔다. 사장님께서 곰 같으셨는데, 투박하게 브런치를 만들어주시는 모습이 카페랑 잘 어울렸다. 약간은 오래 걸렸지만 받아본 브런치는 야무짐 그 자체였다. 샐러드가 신선했고, 우리는 베이글 샌드위치를 예상했지만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글과 신선한 방울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의 조화는 기가 막혔다. 햄치즈 샌드위치도 정석적으로 맛있는 맛아라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 함께 마신 Tea는 클로티드 크림 티였는데, 부드럽고 달달한 향이 좋았다. 깔끔한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불호일 수도 있지만 적당히 우러나서 그런지 부드럽고 몸을 녹여주는 맛이었다.

 브런치를 먹고 향한 곳은 영국정원! 다른 도시에서 친구가 놀러 오면 꼭 가는 코스인 것 같다. 입구 부분에서 오리와 백조도 구경하고 나의 페이보릿 장소인 서핑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다. 친구랑 같이 보니까 서핑은 더 재밌었다. 서로의 원픽도 뽑고, 기술에 성공하면 같이 환호하고, 넘어지면 같이 안타까워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비도 한 방울씩 떨어지고, 친구 가방도 무거워서 다음 코스인 카페로 향했다. 원래 달마이어라는 300년 된 커피맛집을 가려고 했는데, 오래 걷기에는 친구 가방이 무거워서 급하게 다른 카페를 알아봤다.

 그래서 간 곳은 마트 가는 길 중간에 있던 카페! 한국에서도 친구랑 둘이 카페를 자주 갔는데, 뚝섬과 성수 느낌이 나는 독일의 카페에 갔다. 카페 분위기, 테이블, 노래,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의 옷까지 뚝섬 근처에 조용하게 사람 많은 카페 같았다. 말차가 유명한 메뉴인 것 같아서 친구는 일반 우유에 말차라떼, 나는 코코넛밀크 말차라떼를 주문해 봤다. 디저트로는 살구 크로와상!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슈퍼말차나 말차 전문점처럼 격불 해서 말차를 푸는 게 신기했다. 유럽의 말차는 연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향이 강한 코코넛밀크와 마시니 말차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 말차가 한 방울 들어간 코코넛밀크 느낌..? 그래도 크로와상을 먹으며 말차라떼를 마시니 시원하고 맛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쇼핑! 친구의 패딩을 보러 자라에 갔는데, 자라에서 패딩을 찾지 못하면 슈투트가르트까지 가야 되는 상황이라 둘 다 ‘제발.. 있어라...’하면서 갔다. 다행히 자라에서 친구의 마음에 드는 패딩이 있어서 사고 한인마트로 향했다. 스위스 여행에 가져갈 라면이랑 햇반 사고 옆에 마트로 가서 저녁으로 먹을 맥주랑 소고기를 샀다.

 빠르게 귀가해서 잠깐 쉬다가 요리 시작! 저녁은 너구리와 꽃등심 구이이다. 라면도 고기도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나 좋은 생일상이었다. 전원을 꺼놓고 기다리는 바보짓 때문에 시간은 30분이 걸렸지만.. 맥주와 같이 먹으니 너어무 맛있었다. 둘 다 ‘이게 한국이지!’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여기 와서 국물 라면은 처음 먹는데, 시원 칼칼한 깊은 맛이 감동적이었다. 고기도 아주 약간의 고기냄새는 있었지만 쌈장이랑 먹으니 고깃집 부럽지 않았다. 친구의 기차 시간이 다가와 빠르게 먹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사실 중간에 전화 때문에 당황해서 환승 역을 지나쳐 가는 바람에 마지막에는 거의 뛰어가야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친구를 잘 보내주고 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밀린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고맙게도 많은 축하연락과 선물이 와서 하나하나 답장하고, 스위스 숙소도 알아봤다. 그러고는 글을 쓰다가 처음으로 너무 졸려서 마치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외국에서 보낸 첫 생일이라 사람 좋아하는 내가 쓸쓸하고 외롭다고 느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친구가 와준 덕분인지 외롭다고 느낄 틈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었다. 파티파티하는 한국의 생일과 다른 소소한 생일이었지만, 올해도 행복한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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