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in Switzerland. 그림 같은 루체른에서의 하루
취리히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다. 호스텔에서 자는 게 처음이라 아침잠이 많고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걱정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일어나서인지 평소보다도 더 잘 일어났다. 그렇게 7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씻고 옷도 갈아입고 화장도 하고 집을 나섰다. 나서기 전에 인사를 했더니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번호 교환도 했다. 그렇게 번호 교환과 인사를 마치고 호스텔을 나섰다.
호스텔을 나서 향한 곳은 마트! Coop이라는 곳에 왔다. 스위스에서 한 달 생활한 친구가 매일 아침으로 쿱의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을 먹는다고 극찬을 해서 나도 먹어보러 왔다. 크로와상 2개를 담고 구경을 하는데, 착즙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싱가포르, 대만, 미국에서도 착즙기를 지나치지 못했는데 여기는 심지어 석류 착즙기가 있었다. 250ml 정도 되는 작은 병에 거의 5프랑인 아주 비싼 친구였지만, 신기하고 석류도 좋아해서 담아봤다. 만족스럽게 2개를 들고 마트 구경을 이어서 하다가 한 바퀴를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한인마트로 향했다. 뮌헨에는 지하철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트가 한인마트의 전부이기도 하고, 외관상 깔끔해 보여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들어가니 고아시아와는 다르게 한식으로 가득했다. 비비고로 가득한 냉장고부터 온갖 종류의 김치가 있는 냉장고, 라면 코너 그리고 막걸리 코너까지 물가만 제외하면 한국인 마트 구경을 마치고 친구를 기다리며 마지막 마트로 향했다. 마지막 마트는 Migros! 역 지하에 있어서 한 번 가봤는데, 역 안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잠깐 둘러보다가 친구가 도착했다고 해서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러 예상되는 하차 지점에 서있었는데, 친구가 내 예상과는 다른 버스를 타고 오는 바람에 엇갈렸다. 이 친구는 장녀고, 나는 막내라 그런지 친구가 나를 아가로 생각하고 챙겨주는 경향이 약간 있는데 그래서인지 친구랑 만나는 장소에 대한 연락을 하다가 친구가 묻지도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리라고 말해서 웃겼다. 다행히 친구가 내린 플랫폼이 근처라서 금방 만났다.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을 하나씩 먹으면서 다음 장소인 브런치 가게로 향했다. 크로와상 직후 브런치 약간 배불렀지만 스위스 브런치의 낭만을 포기할 수 없었다. 파니니와 베이글을 주문해 먹으면서 수다도 떨어줬다. 말차라뗴와 아메리카노도 마시면서! 야외에서 먹었는데, 쌀쌀했지만 낭만 가득해서 좋았다.
브런치를 먹고는 근처 쇼핑몰로 이동해 구경을 했다. 옷부터 식료품, 장난감까지 가득해서 장난감 코너에서 추억의 장난감 얘기도 하고 식품 코너에서는 취리히산 와인도 한 병 구매했다. 알고 보니 스위스 와인은 스위스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와인도 한 병 샀는데 돌아갈 때 화이트 와인도 한 병 살까 생각 중이다. 조금 걷다가 근처 벤치에 앉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사랑의 불시착으로 유명한 린덴호프에 갔다. 가는 길도 화창해서 행복했는데, 맑은 날씨에 간 린덴호프는 감동 그 자체였다. 아담한 건물들이 조화로워서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해졌다.
사진도 찍고 벤치에서 쉬다가 친구는 학교로, 나는 루체른으로 향했다. 날씨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폭포가 아닌 루체른으로 갔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가는 길에 친구가 알려준 대로 진행 방향 기준 왼쪽 자리를 앉으려고 했는데, 출발하고 보니 내가 출발 방향을 반대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급하게 일어나 다른 자리를 찾아갔다. 친구가 나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걱정했는데, 실제로도 잘못 앉으니 혼자 머쓱해졌다. 그래도 열심히 빈자리를 찾아 앉았더니 가는 길에 있는 호수와 산, 그리고 작은 주택들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50분 정도를 풍경도 보고 계획도 세우면서 달려 루체른에 도착했다.
루체른역에 도착해 내리는 순간 커다란 강이 보였다. 강인지 호수인지 모르겠는데, 물멍을 좋아해서 설레기 시작했다. 기차에서 생각한 코스대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인 카펠교로 향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잘 없어 가족들에게 미리 전화도 하면서 본 카펠교도 낭만 가득했다. 양쪽에 꽃 장식이 가득하고, 다리 가운데는 작은 성 모양의 건축물도 있었다. ‘중세 유럽은 이랬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어가 루체른 역에서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루체른 구시가지는 강을 따라 카페와 식당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배가 아직 고프지 않아서 거리 구경을 먼저 했다. 관광지답게 칼, 시계, 초콜릿 등을 판매하는 가게도 많이 보였다. 길을 따라 올라가 무제크 성벽으로 향했다. 성벽이라 그런지 높은 곳에 있어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는데, 여기저기 예뻐 보이는 길을 따라 자유롭게 걸었다. (그 덕분에 하루동안 2만보를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성벽! 사실 성벽에 맞게 도착했는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높은 부분에 올라오니 전경이 아름다웠다. 강도 보이고 건물들도 보이는데, 대도시에서 자란 내가 좋아하는 낮은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보여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조깅을 하는 동네 할아버지와 자전거를 타는 동네 아이들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는 다시 걸어 다음 코스인 빈사의 사자상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coop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빵도 샀다. 빈사의 사자상으로 가 사자상을 구경하며 벤치에서 빵을 먹었다. 독일어로 적혀있어 비주얼만 보고 견과류가 올라간 크로와상 모양의 빵을 샀는데, 씨앗 같은 바삭한 친구들이 잔뜩 붙어있어 식감이 훌륭했다. 디저트로 먹으려고 산 뺑오쇼콜라는 바스락하는 겹 많은 패스츄리는 아니었지만, 부드러운 패스츄리에 많이 달지 않은 초콜릿이 인상적이었다. coop은 빵 맛집이었던 것이다. 스위스에 살았으면 하루에 두 끼씩 먹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호수 근처이다. 호수 근처로 가니 경관이 아름다웠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산이 웅장한 자연을 보여줬다. 가운데를 보면 커다란 대관람차가 반짝이고 있었고, 오른쪽을 보면 유럽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가운데의 풍경이 다 달라 신비하면서도 조화로웠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기차 시간 때문에 기차역으로 향했다. 다시 40분 기차를 타고 취리히로 돌아왔다. coop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호스텔로 향했다.
지금은 글을 쓰는 중인데, 글을 다 쓰고는 이탈리아 계획을 마저 세워보려고 한다. 오늘도 아름다운 스위스의 도심을 본 것 같다. 내일은 인터라켄으로 넘어가는 날인데, 내일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는 멋진 하루를 보내고 싶다.
친구는 이 글을 읽지 않겠지만.. ‘호혜성’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주되 돌려받을 기대 없이 주는 것이다. 나는 원래도 사람들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물질적인 것이나 도움을 줬을 때 상대방이 행복해하면 그게 나에게는 돌려받는 기분이라 잘 맞는 줄 알았다. 주변 친구들도 나에게 그렇게 다 줘도 괜찮냐고, 나를 보고 베풂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나만 주다 보면 지칠 때도 당연히 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운함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 같다. 맨날 나만 연락하고, 나만 관심을 가지거나 기억하고, 나만 선물하거나 챙겨주는 것 같을 때. 우리 가족은 특히 무뚝뚝한 편이고, 친구들도 시크한 부분이 있어 알게 모르게 상처도 조금 받았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가 10을 줘도 12를 돌려주는 친구이다. 다음에는 내가 15를 주고 싶게 만드는. 챙겨주는 게 너무 따뜻해서 옆에 있으면 훈훈해지는, 경쟁적으로 잘해주고 싶은 친구이다. 그래서 항상 고마움도 많고 감동도 많이 받고 또 여러 방면에서 배우는 친구이다.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오늘의 지출>
외식 27.5
coop 24.25
교통비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