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in Switzerland. 어찌저찌 행복하게 마무리된 하루
취리히에서의 마지막 오전이다. 아침에 일어나 짐 정리를 다 해놓고, 산책 삼아 coop으로 향했다. coop에서 친구와 기차에서 먹을 빵을 사고, 아침 간식으로 먹을 빵도 사서 린덴호프로 향했다. 린덴호프가 너무 아름다웠는데, 오르막이 있어 캐리어를 끌고 가기 어렵겠다 싶어서 아침 산책을 정하게 되었다. coop에 가서 빵을 고르는데 빵이 꽉꽉 채워져 있어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한 5분 간의 고민 끝에 피스타치오 크로와상, 살구 크로와상 그리고 애플파이를 담았다. 애플파이를 담는 순간 뜨끈함이 느껴져서 행복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는 린덴호프로 걸어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애플파이를 먹으니 그 순간이 너무나도 힐링이었다. 애플파이도 많이 달지 않고 적당히 달달하면서 바삭하고 따뜻해서 추운 겨울날 먹는 따뜻한 붕어빵만큼 맛있었다. 요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맛 표현을 잘하고 싶은데, 미식가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라서 고민이다. 언젠가 맛 평가의 달인이 되는 그날까지...
호스텔에서 짐을 정리해서 캐리어를 가지고 나왔다. 캐리어를 끌고 돌 가득한 길을 걸으려니 힘들어 강가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고 노래도 들으니 힐링이 되었다. 낚시를 하시는 아저씨도 구경하고 오리도 구경하고 있었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차역에 봐둔 카페가 있어서 카페로 가 코코아를 주문했다. S 사이즈를 주문하긴 했지만, 작은 컵에 반을 채워주는 건 예상 못했고... 코코아 가루를 따로 주는 것도 예상은 못했지만... 우유가 맛있고 코코아도 맛있어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인터라켄에서 우유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유튜브도 보면서 쉬었다. 그러다가 친구도 만나서 기차를 타러 왔다.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지금은 초원을 지나고 있는데, 녹색 풀과 나무들, 그리고 구름 가득한 풍경이 예쁘고 앞에서 과제하다가 자고 있는 친구가 귀엽다.
우리의 계획은 베른을 먼저 들리는 것이다. 베른에 들려서 잠깐의 구경을 하고 인터라켄에 가려고 했는데, 찾아놓은 베른의 코인로커가 모두 사용 중이라 짐을 놓을 곳도 없고, 비도 와서 그냥 인터라켄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얼리 체크인이 안되면 짐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에어비앤비의 주인 분이 세상 친절하게 가능하다고 해주셔서 짐으로 먼저 향했다. 짐을 풀어놓고는 잠깐 쉬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툰이라는 도시에 가기로 했다.
툰은 호수와 성이 유명한 도시인데, 호수와 성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그래도 가는 길에 기차 2층에 앉아서 가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호수와 산을 보면서 30분 정도 가니 툰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유명한 성에 올라갔는데, 가는 길에 계단이 너무 많았다. 헬스장에 가지 않고도 천국의 계단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걸어 올라가니 툰의 건물들과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실 오늘 친구랑 발과 손으로 만드는 하트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여기가 제격일 것 같아 요란하게 찍기 시작했다. 풍경 보고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구경하다가 둘의 뻣뻣함과 균형감각 부족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도중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 거치하기 좋아 보이는 난간을 발견해 다시 도전했는데 기적적으로 하트 만들기에 성공했다! 마치 오늘의 과제를 다 한 기분으로 후련하게 내려와 구시가지 구경도 잠깐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저녁 메뉴는 피자와 파스타! 강 주변에서 먹을 장소가 있는지 찾아보다가 친구가 찾은 식당으로 갔다. 다행히 날씨도 그렇게 춥지 않아서 야외에서 낭만 가득하게 먹을 수 있었다. 뇨끼와 피자 한 판 그리고 친구는 레드 와인, 나는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부터 나와서 마시는데 강가에서 마시는 와인은 청량 그 자체였다. 그렇게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피자와 뇨끼가 나왔다. 피자는 도우부터 만드신 수제 피자였는데, 토핑이 토마토밖에 없는 부분은 처음에 봤을 때는 오잉? 싶었지만 먹어보니 깔끔하게 맛있었다. 나머지 반은 시금치와 치즈가 들어간 피자였다. 피자는 무난하게 맛있었다. 특히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한 매운 고추가 같이 나왔는데, 이게 킥이었다. 처음에는 피클인 줄 알았는데 오일이라서 약간 당황했다. 그런데 친구의 추천으로 올려서 먹어보니 매콤한 고추와 느끼하고 투박한 피자가 잘 어울렸다. 피자가 화덕에 구운 피자라 담백한데 매운 고추의 올리브오일을 곁들이니 풍미도 살아났다. 뇨끼도 맛있었다. 메뉴 이름이 ‘할머니의~’ 이런 느낌이라 기대했는데, 뇨끼도 쫀득 부드러워서 맛있고 소스도 뇨끼랑 잘 어울렸다. 뇨끼는 간이 약간 세서 저녁에 목이 자주 말랐지만, 와인과 피자 크러스트와 잘 어울렸다.
친구와 coop과 migros에 가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요거트와 음료수 그리고 야식으로 먹을 산딸기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예상치 못한 순간도 많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내일은 피르스트에 갈 것 같은데, 웅장한 자연을 볼 생각에 설렌다. 내일도 행복한 하루 보내야지><
<오늘의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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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5.5
융프라우 VIP 패스 190
저녁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