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in Switzerland. 스위스의 산과 호수
어느새 20일 차라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다. 조금 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인터라켄을 구경하는 날이다. 오늘의 코스는 피르스트와 브리엔츠이다. 늦게 가면 사람이 많다고 그래서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친구와 함께 7시 1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6시 10분에 일어났다. 비척비척 화장실로 가 씻고 렌즈도 끼고 준비를 시작했다. 화장도 하고 짐도 챙기니 7시였다. 잠깐 쉬다가 7시 10분 출발! 여기는 7시에도 해가 뜨지 않아 어둡다. 이제 가을이라 그런지 여기가 시골 동네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걸어가는 길이 어두우니 괜히 더 졸린 기분이었다. 13분을 걸어 기차역에 도착했다. 7시 34분 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우선 향했다. 8시쯤 그린델발트에 도착하고, 곧바로 곤돌라를 타러 갔다. 피르스트를 가는 길에는 2개의 곤돌라 정류장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정상인 피르스트에 가기 위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투명한 창문이 있는 곤돌라 밖에서 바라본 풍경은 장관이었다. 설산과 약간의 안개, 그리고 푸른 산과 아기자기한 집들까지 여기도 한 폭의 그림,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배경 화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감탄하다가 사진도 찍고, 친구랑 떠들면서 갔다. 산 한가운데 있는 집을 보면서 ‘저기는 누가 살까? 저 집에 사시는 분들은 말을 타고 이동하시나?’와 같은 시답지 않은 질문들도 했지만, 주로 ‘아름답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피르스트는 더 아름다웠다. 유리창 넘어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설산은 ‘예쁘다’가 하찮은 표현처럼 느껴지는 아름답고 웅장한 경관이었다. 설산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밑이 보이는 다리도 걷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설산’이라는 하나의 풍경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서, 각도에 따라서 다른 분위기와 아름다움이 있는 게 신기했다. 여기 근처의 호수도 아름답다던데, 다음에 와서는 트래킹을 꼭 해보고 싶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액티비티! 사실 피르스트는 액티비티로 유명한 곳이다. 글라이더, 플라이어, 마운틴 카트 등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는데 우리는 피르스트 플라이어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짚라인과 비슷했는데, 스위스의 설산을 바라보면서 내려가는 짚라인이라 그런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전에도 짚라인을 타본 적이 있어 별로 무섭지는 않았고, 그냥 설산만 멍하니 감상하면서 내려왔다. 행복하고, 왠지 모르게 ‘충만하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추천을 하자면, 단양에도 짚라인이 있는데 정말 추천한다. 스위스 못지않은 아름다운 푸른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니 내년 봄이나 여름에 꼭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플라이어를 타고 내려와서는 다시 곤돌라를 타고 아래로 향했다. 한국의 마트만큼이나 한국 사람이 많다는 전설의 그린델발트 coop에서 먹거리를 조금 사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다음 코스는 점심! 퐁듀를 먹고 싶다는 나의 로망에 따라 친구가 퐁듀 집을 알아봐 줘서 갔다. 스위스 감성 낭낭한 외관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들어가니 일하시는 분께서 비어있는 예쁜 테이블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삭막한 단체석 테이블에 앉으라고 하시고, 그것도 창가로 가도 되냐고 여쭤보니까 안된다고 반대쪽 끝에 앉아야 된다고 하셔서 약간 기분이 상했다. 표시가 없는 걸로 봐서는 예약석 같지도 않던데, 와서 처음 겪어보는 차별(?)이라 그런지 당황했다. 그래도 가게 분위기가 예뻐서 기분 좋게 퐁듀랑 소세지와 감자튀김, 그리고 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퐁듀였는데, 예상했던 맛이랑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나는 무난한 모짜렐라 치즈와 비슷한 맛을 생각했는데, 조금 더 치즈 향이 강한 치즈였고, 와인이 들어간다던데 그래서인지 와인 향도 났다. 와인 향이 싫어서 빼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와인의 풍미가 느껴져서 오히려 이국적이고 좋았다. 소세지에 감자튀김은 소세지 하나에 감자튀김이 왜 23프랑이나 하는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배부르게 잘 먹고 나왔다. 맥주도 인터라켄 지역의 맥주인 것 같은데 독일 맥주가 최고다. 독일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면 점점 맥주 미식가로 발전하는건가..! 앞으로 맥주에 대해서도 조금 공부해봐야겠다.
다음 코스이자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브리엔츠이다. 호수 도시로 유명한데, 유람선으로 갈 수도 있지만 오래 걸리고 하루에 4번 운행해서 우리는 버스를 선택했다. 가자마자 높고 나무가 빼곡한 산이 병풍처럼 서있는 웅장한 호수에 말을 잃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호수와 그 위를 동동 떠다니는 오리를 보며 앉아있으니 이게 힐링이지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분명 직접 보는 것보다 못하고, 사진이나 글로 담기에 너무 대단한 광경이지만 그래도 뭐라도 적고 찍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친구랑 오리 성대모사도 하고, 오리 행동도 따라 하고 오리 구경하면서 놀다가 산책 한 번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와서 씻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은 신라면과 소세지! 소세지는 뮌헨에서 유명한 바이스부어스트, 껍질을 벗겨먹는 하얀 소세지였다. 라면이 먼저 끓어서 먹는데 한 입 먹고 친구랑 동시에 눈을 마주치면서 감탄했다. 추운 나라에 와서 하루종일 밖에 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먹는 라면이란! 원래도 라면을 좋아하지만 내 인생 라면 중 하나였다. 그렇게 저녁까지 잘 먹고 이제 쉬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내일도 준비하고 여행도 준비하고 친구랑도 놀다가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 내일도 5시 반에 일어나야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기록의 의미를 다시 되뇔 수 있는 하루였던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꼭 기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크게 한 건 없고, 산 보고 호수 보고 장 보고가 끝이다. 그래도 오늘 본 풍경의 여운을 남긴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을 위한 기록! 다음에 인터라켄에 온다면 피르스트에서 근처 호수로 50분 정도 걸리는 트래킹도 해보고 싶고, 패러글라이딩도 꼭 해보고 싶다.
<오늘의 지출>
플라이어 21.7
장보기 11
점심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