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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Oct 26.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여행 17일 차

Day 1 in Switzerland. 예상을 뛰어넘는 도이치반,,

 오늘은 스위스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했다. 가방도 마저 챙기고 집 정리도 마지막으로 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캐리어와 백팩 그리고 가방까지 들고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오늘따라 기차를 오래 기다려서 20분 걸리는 거리를 35분 정도 걸러서 도착했다. 심지어 중앙역에서 내려서 기차를 타는 곳으로 가야 되는데, 인파에 휩쓸려 무작정 올라갔더니 기차를 타는 곳이 아닌 Sban으로 갈아타는 곳이 나와서 당황했다. 약간 헤매다가 역으로 다시 내려와 이번에는 올바른 출입구로 나갔다. 여유롭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기차역에 가보니 3분 정도 남기고 탈 수 있었다. 아침부터 허둥지둥 움직였더니 기차에서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탈리아 여행 계획을 조금이라도 짜야했기에.. 비행기와 기차 중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비싼 돈 주고 비행기로 예매하고.. 쉬다가 민박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스위스에서 기다리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가는 취리히 중앙역 행 기차가 취리히까지 가지 않고 빈터투어라는 도시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연착은 충분히 예상했어도 아예 가지 않는 것은 예상 밖이었기에... 뭐지..? 하고 어리둥절해 있었다. 심지어 내가 가진 앱에서는 연착도 표시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독일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는 못 알아들었지만.. 빈터투어라는 단어가 계속된 걸로 봐서는 ‘아... 큰일 났다...’하고 급하게 빈터투어에서 취리히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아보고 친구랑 어메이징 도이치반이라고 얘기를 하고 이탈리아 계획을 마저 알아보던 중 갑자기 기차가 어떤 역에 정차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빈터투어인가 싶어서 구글 지도를 확인하니 빈터투어까지는 한참 남은 역이었다. 또 한 번 당황했다. 일단 나도 내려야 되나 싶어서 가방을 챙겨 역무원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이 기차는 빈터투어까지 가는지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사람들이 빈터투어가 아닌데 왜 내리는지 물어봤더니 바로 건너편에 있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것처럼 왜 맞은편 기차로 가는지를 물었더니 취리히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나도 취리히 중앙역으로 가야 되는데 저 기차를 타면 되는지 물어봤더니, 빨리 가야 된다고 말해줬다. 세상 친절했던 역무원 덕분에 기차를 무사히 옮겨 탈 수 있었다. 딱 맞은편 기차에 타고 1분 뒤에 기차가 출발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취리히 중앙역에 도착해 무사히 스위스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내려서 마중 나와준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생일날 혼자 있을 나를 걱정해 뮌헨까지 와준 스위트한 친구이자. 벌써 7년째 만나는 중학교 친구이다. 어떨 때는 언니처럼, 어떨 때는 친구처럼, 심지어는 엄마처럼 챙겨줘 감동을 많이 주는 친구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중학교 때부터 내가 교복 자켓 위에 패딩을 막 입어 자켓의 어깨 부분이 이상해지면 달려와서 고쳐주고, 패딩이 어깨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올려주고 짐이 있으면 하나라도 들어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려고 챙겨주려고 하는 은인 같은 친구이다. 세상 멋있고 예쁜데 성격은 귀여운데 든든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친구이고, 나랑 친구 해줘서 고마운 친구이다.

 소중한 친구 자랑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추고.. 친구랑 스위스의 대표 음식인 라끌렛을 먹으러 갔다. 감자나 빵, 매쉬포테이토에 목인 치즈를 올리고 베이컨이나 소세지와 같은 토핑을 곁들여 먹는 스위스의 음식이다. 나는 스위스에 온다고 처음 들어보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직접 조합해 먹는 게 맛있다고 해서 일반 치즈랑 레드와인 치즈, 감자 그리고 베이컨 토핑을 골랐다. 그리고 느끼하다고 해서 맥주까지! 잠시 기다린 후에 나온 라끌렛은 비주얼부터 맛있어 보였다. 공복 상태에서 임 너무 많은 일을 겪은 후라서 배가 고팠다. 통감자를 잘라서 치즈를 올려 한 입 먹어보니 감자의 부드러움과 치즈의 고소함, 짭짤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이었다. 따ᆞ각 맥주랑 잘 어울리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치즈가 조금 바삭해진 부분은 치즈 과자를 먹는 맛과 식감이고, 녹아서 부드러운 치즈는 감자와 베이컨이랑 잘 어울렸다. 가장 감동을 받은 부분은 감자이다. 감자의 퍽퍽함이나 느끼함 전혀 없이 이렇게 포슬포슬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한 감자는 처음 먹어보는데, 스위스 감자가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다. 베이컨도 짭짤하고 바삭해서 식감이 조화로웠다. 맥주까지 시원하게 마시며 첫 끼를 든든하게 잘 먹었다.

 먹고는 대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그로스뮌스터 성당인데, 구경 겸 체크인까지 시간을 보내러 갔다. 체크인이 앱에서는 3시라고 해서 3시에 맞춰서 갔는데, 주인 분이 4시라고 하셔서 약간 당황했지만 근처 카페로 가서 1시간을 더 보내기로 했다. 스위스에서 핫초코를 마시는 로망이 있었는데, 역시 스위스의 핫초코는 많이 달지 않고 부드러웠다. 따뜻한 음료로 몸을 포근하게 하고 4시에 드디어 체크인을 하러 갔다. 예약한 곳은 호스텔인데, 취리히의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얼마 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호스텔이 재밌어 보여서 호스텔로 예약을 하게 되었다. 리뷰가 좋은 호스텔이었는데, 후기대로 방도 쾌적하고 침대도 좋아 보였다. 침대와 베개, 이불 커버를 직접 깔아야 된다는 귀찮음은 있었지만 첫 호스텔인데 기대보다 깔끔해서 좋았다. 짐만 풀어놓고 다시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와 향한 곳은 마트! 여기는 Coop과 Migros라는 마트가 유명하다고 한다. 각각 독일의 에데카와 레베같은 분위기였다. Coop에 가서 친구의 추천도 받고 각 음식에 담긴 얘기도 들었다. 여기서는 취리히에서 생산된 와인 한 병과 친구의 음료수 하나를 사서 기차로 향했다. 기차는 2층까지 있는 기차였는데, 풍경을 잘 보기 위해 우리는 2층으로 향했다. 한 10분 정도 본 스위스의 풍경은 독일 근교랑 닮아 있었다. 단독주택, 밭, 상업용 건물들까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했다. 기차역에서 내려 Migros로 향했다. 여기서도 구경을 잠깐 하고 나의 음료수와 와인 안주로 먹을 파프리카 과자를 사서 친구 기숙사로 갔다.

 둘 다 배가 불러 곧바로 과자에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미식가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와인은 탄 맛이 약간 난다는데, 나에게는 맛있는 레드와인 같았다. 킥은 파프리카 과자였다. 와인과 먹기에 파프리카 과자는 완벽한 안주였다. 안주가 술을 부른다는 게 뭔지 이해되는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계속 먹게 되는 맛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정한 친구가 선물을 줬다. 육수 키링과 샤워기 필터 그리고 쇠고기 고추장까지 두둑하게 챙겨줬다. 나보다 밥을 많이 해 먹는 친구라서 거절했는데 친구가 괜찮다면서 끝까지 챙겨줘서 감사하게 받았다.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와인도 마시면서 놀았다. 떠들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늦어져 나는 호스텔로 향했다. 내가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한... 친구가 중간 환승역까지 데려다줘서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은 강을 따라 있었는데, 야경도 아름답고 분위기도 낭만 있어서 오는 길이 행복했다. 그리고 스위스는 치안이 좋아서 그런지 혼자 늦은 시간에 걷는데도 전혀 위험하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호스텔에 돌아오니 다른 사람들이 와있었다. 3인실로 예약했는데, 대만 사람과 홍콩 사람이 있었다. 대만 분은 회사에서 은퇴하신 투어 가이드 분이신데, 말씀을 많이 하셔서 여행 얘기부터 회사 얘기까지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데, 마무리하고 이탈리아 계획을 좀 알아보다 잠에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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