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획이 수정되었지만 그래서 행복했던 하루
오늘도 뮌헨에서의 자유로운 하루이다. 내일 함부르크에 가기 전까지 자유가 있어서 원래는 뮌헨 시내를 돌아다니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뮌헨에서 이틀이나 있기에는 근교를 갈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급하게 아우크스부르크에 가기로 정했다. 테게제라는 호수에 갈까도 싶었지만, 스위스에 갔다 와서 멋있는 호수를 보더라도 큰 감흥이 없을 것 같아서 도시로 계획을 변경했다. 아침에 준비해서 여유롭게 나갔다. 가는 길에 리차드에서 빵 하나 사서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에서 40분 정도 이동하니 금방 도착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로맨틱 가도에 있는 도시이다. 교회들도 다양하고 어느 유럽 도시와 마찬가지로 구시가지도 잘 발달해 있지만 푸거라이라는 주택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구시가지 구경부터 시작했다. 여기저기 옷 가게도 많고 구경할 가게도 많아서 아이쇼핑을 신나게 하다가 시청사로 이동했다. 시청이 있는 광장에 가서 동상도 구경하고, 시청과 탑도 구경했다. 웅장하게 서있는 시청에서 유럽의 감성이 잘 느껴졌다. 광장에서 주변 건물들을 구경하다가 시청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리뷰도 좋고, 이 지역의 맥주를 파는 것 같아서 들어갔다.
구글 지도를 따라가니 무슨 연회장 같은 계단과 레드카펫이 나왔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나 싶어서 의아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중세 유럽의 지하 식당을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지하에 있는데도 엄청난 층고, 그리고 돔 형태의 천장이 처음 보는 구조였는데 식당이라고 믿어지지 않고, 이런 곳에 들어와 있는 게 황홀할 정도로 멋있었다. 지하라서 약간 어두웠지만, 테이블마다 있는 캔들이 분위기를 살렸다. 독일에 와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슈니첼과 여기에서 생산하는 것 같은 맥주를 주문했다. 300ml로 주문했는데 맥주를 마셔보니 맛있어서 500ml로 주문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홀린 듯이 인테리어도 구경하고 맥주도 마시다 보니 슈니첼이 나왔다. 슈니첼은 심플하게 튀긴 고기, 감자 그리고 잼으로 나왔다. 친절하신 서버 분께서 마요네즈와 케첩도 함께 주셨다. 돈가스에 잼이라는 신기한 조합이 어색했지만, 리뷰에 여기가 슈니첼 맛집이라는 글이 많았는데, 슥슥 잘라먹어본 슈니첼은 정말 맛있었다. 얇은 돈가스 같은 느낌인데, 간이 적당히 잘 되어있고 고기가 얇아서 퍽퍽하거나 질기지도 않고 맛있었다. 감자튀김도 얇은 감자튀김이 아닌 직사각형 형태의 감자튀김이라 부드러우면서 바삭해서 곁들이기 좋았다. 독일인처럼 먹고 싶어서 마요네즈와 케첩 없이 잼이랑 같이 먹어봤는데, 단짠단짠 맛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독일인이 되지 못한 것인지... 잼 없이 먹는 게 조금 더 맛있긴 했다. 마지막에 나올 때 맥주 받침으로 주신 종이?를 기념으로 가져가고 싶어 계산하면서 조심스럽게 웨이터 분께 여쭤보니, 윙크하시면서 of course라고 스윗하게 말해주셔서 소중하게 들고 왔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푸거라이로 향했다. 푸거라이는 푸거라는 재력가가 야콥 푸거라는 상인 재력가가 아우크스부르크 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만든 공동 주거 시설이라고 한다.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지어져 입주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입주하면 1년 방세 약 0.88유로로 지낼 수 있다. 1년 방세는 0.88유로이지만 관광객 입장객은 7-8유로인... 그런 곳이다. 나는 학생증으로 7유로를 내고 입장했지만, 입장료는 모두 이 시설과 주민 분들을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재력가가 자신의 돈을 고향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멋있고, 그 시설이 지금까지 500년이 넘게 유지되는 것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평소에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나와는 스케일이 다른 사회 공헌에 약간 쭈굴해졌다.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혹은 다른 활동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니까 초등학생 장래희망 같아서 부끄럽다...) 푸거라이에는 총 3개의 박물관이 있다.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물관,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그리고 여기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모두 해설이 잘 적혀있어서 흥미롭게 보고 나왔다.
푸거라이 구경을 마치고 향한 곳은 대성당이다. 사실 원래 집에 가려고 한 시간이 다 되어서 고민했는데, 이왕 왔으니 더 둘러보고 싶어서 2시간 뒤에 오는 기차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어서 대성당에 도착했다. 돔 양식의 대성당이고,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이 인상 깊었다. 건축 양식이나 성당에 대해서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구경할 곳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구경했다.
그러고는 기차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근처 카페에 가기로 정했다. 사실 취미 중에 하나가 카페에 가는 것이라서 도시마다 유명한 카페 또는 리뷰가 좋은 카페에 꼭 하나씩은 가는 것 같다. 오늘도 뮌헨에 저장해 놓은 카페에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 근처에서 가장 리뷰가 좋은 카페로 향했다. 들어가니 귀엽고 친절하고 발랄한 직원분이 맞아주셨다. ‘비타민 같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직원 분이셨는데, 보는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하고 케이크 추천을 부탁드렸는데, 이 카페는 브라우니가 유명하다고 얘기하셔서 브라우니도 함께 주문했다. 나중에 다른 손님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매일 다른 재료를 올려서 홈메이드 코코아 파우더로 만드신다고 하셨다. ‘홈메이드 코코아 파우더는 뭘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한 입 먹어보니 초콜릿 맛 프로틴..으로 만든 디저트의 맛이 났다. 다이어트 디저트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다이어트용 초콜릿 디저트 맛.. 이 났다... 그래도 커피랑 제법 어울려서 반 정도 먹었다. 카페 분위기도 좋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여유롭게 즐기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도이치반의 연착으로 약 1시간 반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잠깐 늘어져 있다가 샤워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함부르크로 가는 날이다. 요즘 고기만 먹어서 해산물이 그리웠는데, 함부르크에 해산물 맛집이 많아서 기대가 된다. 그리고 함부르크(Hamburg)는 햄버거(Hamburger)의 원조라고 한다. 원래 햄버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이 정도면 먹으러 가는 것 같다. (정답이다) 하나의 걱정은 숙소이다. 아고다 리뷰가 나쁘지 않아서 선택했는데 보지 않는 게 좋았을 것 같은 구글 리뷰를 자세히 읽어보고 심란해졌다. 다시 숙소를 알아보다가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포기하고 일단 가보려고 한다. 안 좋으면 두 번째 날은 바꾸면 되니까!
사실 오늘 아침에 비도 와서 근교에 가지 말고 뮌헨 시내나 돌아볼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오늘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근교 여행을 미룰 것 같아 나가게 되었는데 가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도시 자체가 너무 좋았던 것도 아니고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행복한 하루였다. 원래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져 오늘 같은 날은 왠지 모르게 약간 처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귀찮음을 이겨내고 뽈뽈 돌아다니다 들어오니 처지는 기분도 없어지고 뿌듯하기도 하다. 앞으로도 신나게 돌아다녀야겠다><
<오늘의 지출>
빵, 식당, 카페 31.4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