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1일 차. 이것은 관광인가 식도락인가
오늘부터 잠시동안 글이 짧아질 수도 있다.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원래 여행을 떠날 때도 노트북을 챙겨가지만, 이번에는 숙소에서의 도난이 약간 걱정되어 놓고 가려고 한다. 그 대신, 중간중간 글을 써볼 것이다. 오늘 떠나는 여행지는 함부르크이다. 2박 3일로 떠나는데, 지금은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 독일은 특이하게 수요에 따라 기차 가격이 많이 차이 난다. 내가 타고 있는 새벽 6시 14분 기차랑 다음 기차인 7시 14분 기차는 무려 두세 배가 차이 난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인가... 새벽 2시쯤 한국 시간에 맞춰 잠깐 깨야 되는 일이 있었어서 피곤하지만, 새로운 여행지 특히 독일 북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 내가 찾아본 이 도시는 아무래도 미식의 도시 같다. (물론 미식으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고 항구 도시로 유명하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해 그렇게 보일 뿐이다...) 항구 도시답게 해산물 맛집이 정말 많고, 햄버거의 유래가 되는 도시라서 햄버거 맛집도 많다고 한다. 원래 외식은 하루에 한 번 이하로 하는데, 여기서는 특별히 점심저녁 외식을 flex 해보려고 한다. 함부르크까지는 5시간 44분이 걸린다. 원래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라서 이제 잠을 자보려고 한다.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기차를 타기 전 역에서 산 페스토 치킨 랩도 먹고, 유튜브도 조금 보고 밀린 답장도 하고 함부르크 계획도 세웠다. 그러고 미루다가 책을 읽기 시작한다. 사실 지금 함부르크까지 15분.. 정도 남았는데 내리기 30분 전에 읽자고 다짐해 놓고 5분은 점심 메뉴 고르고 5분은 독서 bgm 고르고 5분은 글 쓰고... 이제는 더 핑계가 없어서 잠깐이지만 읽어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과 함께할 책은 2권인데, (물론 다 읽겠다는 것은 아니다.) <코드 브레이커>, 그리고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이다. 원래도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두 개 정도를 동시에 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렇게 과학적인 책 한 권, 그리고 감성적인 책 한 권을 골라봤다. 이제는 진짜 읽으러 가야겠다.
결국 10분 정도 책을 읽고 기차에서 내려서 햄버거 집으로 향했다. 처음 안 사실이었는데 함부르크가 햄버거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함부르크를 영어로 쓰면 Hamburg인데, 햄버거를 영어로 쓰면 Hamburger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체인점도 많았는데 나는 언니가 추천해 준 햄버거 집에 갔다 가서 테이블을 안내받고 왔는데 옆 테이블에 한국인 분들이 계셨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한국인이라 그런지 반가웠다. 미니 버거에 튀김 티핑 소스 그리고 음료수까지 나오는 세트로 시켰다. 햄버거는 리뷰에서 본 파머스 버거라는 것을 시켰고 튀김은 고구마튀김이 유명하다길래 주문해 봤다. 소스는 선택인 줄 몰랐는데 직원 분이 추천해 주신 여기만의 특제 마요네즈로 고르고 음료는 사과 탄산으로 골랐다. 기다리면서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오픈 키친인데 이렇게까지 깔끔한 햄버거집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패티도 바로바로 구워주시는 것 같고 심지어 익힘 정도도 정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익 힘 정도를 타이트하게 부탁드리고 싶었지만 참고 미디엄으로 주문했다. 그렇게 나온 햄버거 세트는 평범하게 생겼다. 고구마튀김이 맛있어 보이고 마요네즈가 주황빛을 띠고 햄버거가 실해 보이는 정도? 햄버거부터 잘라서 먹어 보니 괜히 햄버거의 본고장이 아니었다. 위에 코울슬로가 들어가 있었는데 강한 맛이 아니라 약간 새콤한 맛이라 버거와 조화로웠다. 계란의 부드러움과 타이트한 익힘 정도의 패티, 아래 있는 채소가 정말 맛있었다. 원래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는 인생 햄버거 집이 되었다. 고구마튀김도 달달하고 고소하게 맛있었고 마요네즈도 평범한 듯 특별했다.
배부르게 먹고 호스텔로 향했다. 호스텔 리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들어가 보니 주인 분이 친절하셨다. 방도 생각보다 깔끔했다. 사람들이 낮은 리뷰를 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지만 걱정 가득하게 가서인지 생각보다 괜찮았다 가는 길에도 호텔을 잠깐 알아봤는데 이박 삼일 정도 지내도 괜찮을 것 같다. 꽤나 만족스럽게 짐을 풀고 나와서 본격적인 함부르크 구경을 시작했다. 함부르크의 첫인상을 말해 보자면 뮌헨보다 조금 거칠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사람들도 길의 분위기도 터프한 느낌이었다. 사실 치안도 그렇게 좋다는 느낌은 아니라서 일찍 들어가 봐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는 아시안이 많은 것 같다. 뮌헨은 학생 아시안은 많았지만 시내에 나가 보면 여기 사는 것 같은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여기는 왠지 모르게 아시안의 비율이 높았다.
처음으로 간 곳은 칠레 광장이라는 곳이다. 배 모양을 닮은 건물이라는데 안에서 봐서인지 배 모양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갈색의 건물이 예뻤다. 그리고 지금 가을이라 단풍이 노랗게 물들었는데 갈색 건물과 노란색 나뭇잎이 잘 어울려 정석적인 ‘가을’ 같은 풍경이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슈파이허슈타트라는 곳이다. 함부르크가 항구 도시라서 그런지 창고로 사용되는 건물이 많았는데 이곳도 참고로 사용되는 건물에 상점과 식당이 입점한 곳이다. 푸른 하늘 노란 나뭇잎 그리고 붉은 벽돌 건물이 예뻤다.
다음으로는 성 니콜라이 교회에 왔다. 이 차세계대전 때 공습으로 파괴된 교회라는데, 불탄 흔적과 잔재가 공존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전망대에 올라갈지 고민하다가 다른 교회에 갈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이 교회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사실 교회라고 하기에는 예배당도,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 (구) 교회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건물이었다. 건물의 중앙을 관통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높이 올라가서 내렸더니 함부르크 시내 전경이 다 보였다. 웬만한 시계탑이나 건물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서 시청을 포함한 시내 전체 그리고 호수까지도 볼 수 있었다. 360도 뷰가 있었는데,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서 행복했다. 함부르크의 분위기에 빠진 것 같다. 유럽의 항구 도시답게 antique 한 건물과 호수의 조화가 묘하게 끌린다. 각기 다른 뷰에서 사진도 찍고 더 보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워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추위에 떨면서 내려와 다음 장소인 시청으로 향했다. 교회 전망대에서 봤을 때도 청록색 지붕이 인상 깊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오묘한 아이보리색 건물과 초록색 지붕의 조화가 생각지 못한 색깔 조합인데 잘 어울렸다. 우리나라의 시청이나 구청 건물을 생각했을 때 이렇게 생긴 건물이 사람들이 실제로 일하고 있는 시청이라는 게 신기했다. 가운데는 동상도 있었는데 멋있었지만 의미 해석에는 실패했다.
마지막 코스는 시청 앞쪽에 있는 쇼핑 거리였다. SP A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있어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딱히 끌리는 옷은 없어서 사진은 못했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옷 이외에도 서점도 있고 그릇도 팔아서 아이쇼핑하기 좋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쇼핑하는 것을 좋아해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꽤나 많은 옷을 샀는데, 여기 오니까 막상 안 사게 되는 것 같다. 교통이나 숙박 등 나가는 돈도 많고 뭔가 1번 사게 되면 계속 살 것 같아서 괜찮아 보이는 옷이 있더라도 일단 넘기게 되는 것 같다. 조만간 이탈리아에 가는데 그때는 꼭 오시나 가방을 건지고 싶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저녁이다. 함부르크에 먹으러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고 싶은 식당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의 원픽인 해산물 집에 갔다. 여기 해산물은 대부분 굽거나 튀겨서 먹는다. 나는 한국에서 회를 가장 좋아했는데 여기서 회는 찾기 어렵다. 한국에 가자마자 부산부터 가야겠다. 내가 고른 식당은 리뷰가 좋았다. 음식을 파는데 Google 리뷰가 4.9점이라니! 가서 대표 메뉴인 모든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특이하게 곁들여 나오는 감자 요리를 고를 수 있었다. 감자튀김부터 찐 감자 구운 감자 등 다양한 요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로즈메리와 함께 구운 감자를 골랐다. 소스도 골라야 했는데 직원 분에 추천대로 선택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샐러드부터 나왔는데, 샐러드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 신선한 채소가 먹고 싶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당근과 토마토 오이 상추? 등이 들어간 샐러드였는데 소스가 상큼해서 에피타이저로 훌륭했다. 빵도 함께 나왔는데, 배불러서 먹지는 못했다. 생선과 곁들일 소스와 차지키 소스도 함께 나왔다. 샐러드를 먹다 보니 생선이 나왔다. 4종류의 생선이 나왔는데, 기대감을 안고 흰살생선부터 먹기 시작했다. 처음 한 입 먹은 생선은 감동의 맛이었다. 이런 맛이라서 리뷰가 4.9점이구나가 납득이 되는 맛이었다. 보통 생선의 비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소금 간을 많이 해 생선구이가 짠 경우가 많은데 전혀 짜지 않고 오히려 삼삼한 간이라서 맛있었다. 그렇게 두껍지 않은 생선인데도 촉촉했고, 겉 부분은 살짝 바삭해서 맛있었다. 여기는 할머니표 생선구이를 이어 인생 생선구이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엄마가 구워주신 생선보다... 맛있었다......) 안성재 셰프님이 오시면 간이 타이트하고 익힘 정도가 이븐하다고 합격 주실 맛이었다. 생선이 식어서 맛이 덜해질까 봐 핸드폰도 보지 않고 전투적으로 먹었다. 생선에 곁들여 먹는 채소도 나왔는데, 브로콜리랑 당근을 소스에 찍어 먹으니까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원래는 엘브필하모니에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져 내일을 기약하고 물 한 병을 사서 귀가했다. 귀가해서 잘 준비를 마치고 글을 쓰다가 같은 방에 중국인 분이랑 2시간을 떠들었다. 오늘 밀린 유튜브가 많아서 유튜브도 조금 보고 이제 책을 조금 읽다가 잠에 들려고 한다.
<오늘의 지출>.
외식 48유로 (확실히 점심저녁 외식은... 살벌하다...)
전망대 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