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마을 테겐제
오늘도 뮌헨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하루이다. 아침에 일어나 동유럽 계획부터 세웠다. 프라하 숙소까지 알아보고는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다. 점심은 양배추를 처리하기 위해 양배추 소세지 볶음과 버섯해장국 블록을 넣은 국! 전에 만든 카레볶음밥이 맛있어서 같은 레시피로 양배추를 볶고, 버터에 카레 가루를 녹여 소스를 만들고 거기에 양배추와 소세지를 다시 볶았다. 백패커에서 본 레시피였는데, 이 레시피 정말 맛있다. 3달 사는데 무슨 사치야~ 이러면서 집에 있는 향신료가 오일, 소금, 후추, 쌈장 밖에 없었는데 사치 부리면서 카레가루와 버터를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이다. 계란을 푼 육개장이 먹고 싶어서 버섯 해장국 블록에 누룽지 넣고 계란물을 풀어 꽤나 비슷한 맛의 국도 완성했다. 한식의 느낌이 가득한 밥을 먹으니 든든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먹고 향한 곳은 테겐제! Tegernsee라는 근교의 호수 마을이다. 스위스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감흥이 없을까 봐 고민하다가 중앙역에서 1 시간 정도 걸리는 호수라서 가볍게 다녀오기로 정했다. 집에서 중앙역까지, 중앙역에서 테겐제까지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이다.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졸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도상에서는 아직 테겐제가 아니라서 어리둥절하다가 일단 따라 내렸다. 배차 간격이 최소 30분이라 조급한 마음이 들었는데, 다행히 테겐제에 간다는 앞사람을 따라 기차 앞 칸으로 갈아탔다. 앞 칸에는 자리가 없어서 30분 정도는 서서 갔다.
드디어 도착한 테겐제! 큰 계획 없이 가서 기차에서 계획을 세웠다. 트래킹 코스가 유명하다고 그래서 알아보고 카페도 알아봤다. 기차에서 내려서 카페로 향하던 중 구글 지도에서 멋있어 보이는 전망대를 발견했다.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인데, 호수가 아름다워서 위에서도 보고 싶었다. 낙엽으로 가득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중간중간 뷰가 예뻐서 오르는 길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40분 정도 걸어 꼭대기에 도착했다. 호수, 작은 집들 그리고 산의 풍경이 조화로워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에어팟으로 좋아하는 노래도 들으면서 감상하니 이게 힐링이지 싶었다. 경치가 좋아 오래 있고 싶어서 카페를 가는 대신 더 있기로 정했다. 좋아하는 노래 감상도 하고, 책도 읽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낙엽이 미끄러워서 한 번 넘어질 뻔했지만 무사히 내려와 젤라또 집으로 향했다.
카페를 가지 않는 대신 바로 옆에 있던 리뷰 많은 젤라또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니까 야외에서 맥주를 마셨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 맥주집에 사람이 많아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이 마을이 평소에는 웨딩이나 생일 등 다양한 파티가 열리는 동네인 것 같다. 아무래도 뮌헨에서 1시간이면 오고, 풍경도 동화 같아서 파티하기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동네 구경을 하면서 20분을 걸어 젤라또집에 도착했다. 웨이팅이 있는 것을 보고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내가 고름 두 가지 맛 젤라또는 테겐제 맛과 사과 맛이다. 테겐제 맛은 바닐라에 약간의 초콜릿 시럽을 더한 맛이었고, 사과 맛은 예상대로 상큼한 사과 맛이었다. 만족스럽게 먹으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원래 타려던 기차는 4시 22분의 기차라서 10분에 도착했는데, 서있을 자리도 없이 꽉 차있었다. 어쩔 수 없이 52분에 출발하는 다음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빨래부터 돌려놓고 저녁을 만들었다. 카레와 버터로 볶은 양배추가 맛있어서 저녁에는 계란을 스크램블하고, 양배추를 볶아 같이 카레버터 양념을 입혔다. 계란의 퐁실함과 구운 양배추의 식감, 카레의 짭조름함과 버터의 풍미가 환상적이었다. 저녁까지 먹고 빨래도 가져와 정리하고 씻고 나와서 와인 플레이트를 준비했다. 벌써 3번째 먹는 귤, 토마토, 크래커 그리고 치즈의 조합이다. 내일은 이탈리아 전날이라 먹지 못한 것 같아 오늘 남은 안주들을 다 먹으려고 만들었다. 한두 잔 마시다 보니 취했다. 그렇게 글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양치만 하고 잠에 들었다.
<오늘의 지출>
젤라또 4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