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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07.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29일 차

혼자 살고 혼자 여행한다는 것

 다음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 날이다. 오전에 일어나 동유럽 여행 계획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략적인 날짜는 있어서 숙소를 정하는 날이다. 나에게 여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위치, 가격, 시설 등등 생각할 게 너무 많아 어렵다. 이번 여행은 특히 엄마랑 같이 가는 여행이라 접근성과 시설을 더 고려해야 했다. 그렇게 프라하, 체스키 크룸로프 그리고 비엔나까지의 숙소를 정하고 잘츠부르크에서 막혔다. 위치도 가격도 시설도 애매하고, 숙소가 많지도 않아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결국 정하지 못한 채로 점심을 만들었다. 양배추 처리를 마저 해야 해서 양배추를 잘라 삶고, 소세지 하나도 같이 삶았다. 그다음 파스타 면을 삶아서 소스를 넣었다. 양배추 바질 파스타. 이름은 이상하지만 소세지와 함께 먹으니 맛있었다. 한국에서는 오일 파스타를 주로 먹고 페스토를 넣은 파스타 종류는 잘 먹지 않았지만 여기 와서는 이상하게 이 바질페스토가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결국 한 통을 다 비워 점심을 마무리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잠깐 친구랑 전화하고 쇼핑을 하러 나갔다. 원래 목표는 환전도 하고 머리 고무줄과 신발을 사 오는 것이었다. 환전을 하려고 생각해 보니 이탈리아에 괜히 현금을 가져가는 게 불안해서 환전을 하지 않고 최대한 남아있는 돈을 사용하려고 한다. DM에서 머리끈을 사고 사고 싶은 신발이 있던 자라에 갔다. 짐을 다 빼고 온다고 신발을 운동화 하나와 슬리퍼 하나만 가져와 꾸밈용 신발을 사고 싶었다. 롱부츠랑 로퍼 중에 고민하다 들고 다니기 좋은 로퍼로 정했는데, 막상 사려고 하니까 무게랑 굽 높이 이것저것이 걸리기 시작해 결국 사지 못했다. 이탈리아에 가서 제대로 쇼핑을 해야겠다. 그렇게 별 소득 없는 쇼핑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Uban을 반대로 타 예상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왔다. 짐을 싸고 계획을 세우는 등 해야 되는 일이 많아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렇게 바쁘게 오다 비행기가 날아가 무심코 하늘을 봤는데, 별이 떠있었다. 오늘 하늘이 맑은지 도심에서 본 하늘인데도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별이 보였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늘과 별인 나에게 별이 많은 하늘은 행복 그 자체였다. 가끔 스스로 직진본능이라는 생각을 할 만큼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주변도 살펴보니 큰 행복이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기분 좋은 귀갓길 후에 집에 들어와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은 치즈불닭볶음면! 당분간 느끼한 음식을 자주 먹게 될 것 같아 골랐다. 남은 계란과 두부를 처리하기 위해 두부 계란전도 곁들였다. 푸파를 마치고,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고 짐 패킹도 마쳤다. 큰 캐리어를 고르고, 이탈리아 날씨에 맞게 얇은 옷을 챙기다 보니 공간이 많이 남아 빠진 게 있는지 불안하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고 여행 계획도 마저 세우고 잠에 일찍 들려고 한다. 내일부터 가는 이탈리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음식은 파스타, 디저트는 젤라토를 골랐기에 ‘먹으러’ 가는 의미가 크다. 전에 이탈리아에 갔을 때 유명한 곳을 둘러보기도 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유럽도 즐기고 싶다. 들뜨지 않고 소매치기에 잘 대비해서 행복한 여행을 하고 오고 싶다.

  오늘은 크게 한 일이 없어서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장단점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번 유럽 여행 전까지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도 모두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함께 떠났다. 그런 나에게 이번 여행은 큰 도전이었다. 소매치기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물건을 잘 깜빡하는 내가 소매치기도 걱정해야 하고, 혼자 살아본 적도 없는데 자취를 시작해야 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반년을 살아보려고 하니까 처음에는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았다. 혼자 노는 것을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사람도 좋아해서 하루에도 약속이 두세 개씩 있었기에 외로울까 봐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도 혼자 여행을 다니기로 결심한 이유는 여행 1일 차에 나온 이유와 같다. 그렇게 지금까지 혼자 다녀본 결과,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좋다.

 우선 혼자 다니면 내 속도에 맞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주변에 사람이 생기는 순간 아무리 좋고 편한 사이라도 어느 정도는 맞춰야 되는 게 생긴다. 간단하게는 밥 먹는 속도, 커피 마시는 속도부터 숙소 등급이나 교통수단, 예산, 여행 취향 등등 서로 맞춰야 하고 포기해야 되는 것이 생긴다. 그런데 혼자 다니면 오롯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한 시간씩 먹어도 괜찮고, 커피는 또 5분 만에 다 마셔도 괜찮다. 조금 걷고 싶으면 혼자 걸어가고 쉬고 싶으면 앉아있고 간식이 맛있어 보이면 사 먹고. 온전히 내 취향대로의 하루가 가능해진다. 물론 혼자 있어서 안 좋은 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치안.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동네 중 하나에 살고 있고 일찍 들어오는 편이라 크게 느껴본 적은 없지만 혼자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가면 긴장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것은 음식? 다양하게 먹어보지 못한다. 메뉴를 하나만 시키는 것도 있고, 혼자 주문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던 대로만 주문해 다양한 메뉴를 시도하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냐 싫냐라고 물어보면 나는 압도적으로 좋다고 말할 것이다.     

<오늘의 지출>

머리끈 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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