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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08.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30일 차

Day 1 in Italy, Rome. 푸파의 시작과 뜻밖의 행복

  오늘은 이탈리아에 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짐을 마저 싸서 집도 정리하고 공항으로 나섰다. Uban을 타고 Sban으로 갈아타는 루트였다. Sban이 연착되어 중간에 샌드위치도 먹으며 기다리다가 환승까지 무사히 마쳤다. 에어팟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려다가 에어팟 꺼내기가 귀찮아서 그냥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 기차는 곧 분리가 될 것이고, 현재 칸은 프라이징이라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공항으로 가야 되는데? 이러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그 다행히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공항으로 가는 기차로 잘 갈아탈 수 있었다. 그렇게 1차 고비를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다. ITA 항공을 예약했는데, 보니까 탑승 게이트가 D길래 D로 걸어갔다. ABC 다음이 D라서 그런지 D까지 꽤 오래 걸어갔다. 가서 ITA 항공의 카운터를 찾는데, 끝에서 끝까지 걸어도 내가 찾는 카운터가 나오지 않았다. 당황하며 전광판을 다시 찾아보니 다른 항공사와 다르게 여기는 탑승은 D이지만 수속은 Z라는 작은 카운터에서 한다고 한다. 보딩을 한 시간 남겨놓은 시점이라서 급해졌지만, Z를 찾으러 길을 다시 떠났다. 알고 보니 Z는 이 공항의 초입에 있는 작은 카운터였다. 수속은 금방 끝났다. 여권을 제출하고, 짐을 올리고 탑승권을 받으니 끝이 났다. 왔던 길을 쭉 되돌아가 수속까지 마치고 다시 탑승 게이트 D로 향했다. D 게이트로 향해 짐 검사를 마치고 마침내 보딩구역 안으로 들어왔다. 나의 게이트는 D15, 탑승 시간은 10시 10분이라서 30분 정도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0시 5분에 게이트로 걸어가니 이번에는 탑승 게이트가 6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또다시 6으로 걸어갔다. 10시 10분에 탑승 예정이던 비행기는 출발 시간인 10시 50분에도 탑승을 시작하지 않았고.. 결국 11시가 되어서 입장을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피곤했기에 타자마자 기절을 했다. 기절하고 일어나니 30분 정도가 흘렀다. 승무원 분들이 오셔서 간식과 음료를 주셨다. 1시간 20분 정도의 비행을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간식을 주시는 게 신기했다. 간식은 웨하스와 비슷했고, 음료는 잠을 깨려고 오렌지주스를 골랐는데 과즙 그 자체의 맛은 아니었지만 맛있어서 홀짝홀짝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 책도 읽고 창 밖의 풍경도 바라보면서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 공항은 생각보다 시장 같았다. 규모가 큰 공항이라서 체계적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출구를 따라 무작정 걷다 보니 짐을 찾는 장소가 나오고, 그다음에는 출구가 바로 있었다. 같은 유럽인 뮌헨에서 와서 그런지 입국심사가 전혀 없는 게 신기했다. 밖으로 나와 기차 표시만 보고 엥? 싶은 길들을 따라 직진하다 보니 정말 기차역이 나왔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끊고 탑승해 창가 쪽에 캐리어를 넣고, 나는 복도 쪽에 앉았다. 기차는 전혀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망의 테르미니역에 도착하기 10분 전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혼자 가는 만큼 핸드폰에도 줄을 두 개씩 걸고 캐리어도 이중으로 잠그고 백팩에도 자물쇠를 걸어놨다. 그렇게 도착한 테르미니역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낮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많아서 안전하게 민박집까지 올 수 있었다. 민박집에 도착해 설명을 듣고 짐을 정리하는데 옆에서 쉬고 있던 언니들이 말을 걸어줬다. 저녁에 일정 있는지, 없다면 같이 밥을 먹을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다. 첫날은 자유 일정으로 아무것도 세워놓지 않아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언니들 쉬다가 온다고 해 먼저 길을 나섰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파씨 젤라또! 민박 집이랑 가까워서 첫 코스로 정한 로마의 3대 젤라또 집 중 하나이다. 엄마랑 전화하면서 젤라또집까지 걸어갔다. 도착해서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 맛을 고르면 된다. 고민 끝에 내가 고른 맛은 쌀과 딸기이다. 예전에 로마의 왔을 때 리조 맛이 가장 맛있어 한국에서도 여러 번 사 먹었는데 현지에 와서 다시 먹을 생각을 하니 설렜다. 여기는 특이하게 위에 크림도 올려 준다. 자리를 잡고 한입 먹어 보니 ’이 맛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쌀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고 쌀이 씹히는데 이게 완벽한 익힘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꼬들꼬들했다. 딸기 맛은 상큼하고 딸기 씨가 씹혀 쌀 맛과 잘 어울렸다. 위에 올라간 크림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던데 나는 극호였다. 상큼한 딸기와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도 좋았고 쌀과 함께 먹어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풍미가 살아났다. 가격도 2유로로 상당히 착했는데 매일 오고 싶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디저트 타임을 가지고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콜로세움은 웅장했지만 사람이 많았다. 산책 삼아 포로 로마노, 캄피돌리오 광장에도 갔다가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전에 1번 본 풍경이라서 큰 기대는 없었지만 공사를 많이 하고 있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건물들은 내 기억만큼 멋있었다. 조금만 걸으면 콜로세움이 나오고 조금 더 걸으면 판테온이 나오는 도시 로마에 오니까 신기했다. 여기는 확실히 독일이랑 분위기가 다른 거 같다. 역사가 더 잘 녹아 있다. 건물도 오래돼 보이고 거리에 있는 동상 하나하나도 신비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반팔 입어도 되고 긴팔 입어도 되는 적당한 날씨였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도시에 오니 걷기만 해도 신기하고 멋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트 레비 분수로 갔는데 공사 중이고 물도 하나도 없는데 사람만 가득했다. 적당히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옆에 기념품가게에서 없어도 하나 사서 언니들을 기다렸다.

  식당으로 갔는데 우리가 먹으려던 스테이크를 일곱 시부터 판매한다고 해서 카페로 향했다. 우리가 간 카페는 산트 유스타치오라는 로마의 3대 카페 중 하나이다. 후기가 많았던 그라니따 콘파냐와 카놀리 하나를 주문해서 나눠먹었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시원한 얼음 달달하고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가 훌륭했다. 피스타치오 카놀리는 겉에는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다. 언니들이랑 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7시에 식당으로 갔다. 낯을 가려서 걱정했는데 언니들이 잘 챙겨줘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다른 언니들도 합류에서 다섯 명이서 저녁을 먹었다.

  사람이 많아서 메뉴를 여러 가지 주문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파스타 두 개 스테이크 하나 피자 하나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이게 이탈리아 싶을 정도로 모든 메뉴가 맛있었다. 언니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자는 한국에서 못 찾고 한국 가고 생각날 맛이라고 한다. 파스타는 두 종류가 있었는데 조금 더 얇은 면으로 된 파스타가 맛있었다. 토마토와 오일의 적절한 조합이었는데 토마토의 상큼함과 오일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계속 들어가는 맛이었다. 면도 생면인 것 같았는데,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시키는 식감이 훌륭했다. 스테이크는 여기서 가장 유명한 사과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익힘 정도도 이븐하고 같이 나온 좋은 사과도 달달하게 잘 어울렸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와인은 언니들을 추천으로 주문했는데, 달지 않으면서 술맛도 많이 나지 않고 깔끔해서 입안을 리프레쉬하기 좋았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추천도 왕창 받으면서 야무지게 먹고 2차로는 야외석이 있는 바로 갔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하다는 스프리츠를 3종류 주문했다. 아페롤, 리몬첼로 그리고 휴고를 주문했는데 모두의 입맛에 휴고가 가장 맛있었다. 아페롤 스프치르는 인공적인 시럽 맛이 조금 났고 리몬첼로는 상큼했지만 셔서 호불호가 갈렸다. 휴고는 깔끔하고 약간의 포도 맛이 느껴져 다들 좋아했다. 수다도 더 떨고 인생 얘기도 했는데 자세한 얘기는 못 적지만 다들 으른 같았다. 언니들 얘기도 들으면서 걸스나잇을 보내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     

<오늘의 지출>

교통 14유로

식비 44.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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