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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12.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34일 차

Day 5 in Italy, Rome. 행복했던 도시에서의 현지인 생활

 로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자, 현지인이 되어보는 날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같은 민박집에서 친해진 언니랑 아침을 먹으러 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다는 마리토쪼를 먹으러 동네 베이커리에 갔는데 아침 10시에도 줄이 꽤 길었다. 15분 정도 기다려 미니 사이즈의 마리토쪼 하나와 과일타르트 하나를 주문했다. 먹고 가는 공간이 협소해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는데, 예쁘게 종이 포장도 해주셨다. 동네 공원으로 가 먹기 시작했다. 마리토쪼는 크림번과 비슷했는데, 빵이 퍼석했지만 크림과 잘 어울렸다. 크림은 부드럽고 진했는데 깊은 맛이 느껴지면서 살짝의 레몬 향이 상큼하게 만들어줘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과일 타르트 역시 상큼하게 맛있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언니와 헤어져 혼자 카페로 걸어갔다. 평점이 4.9점인 카페가 있길래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 싶어서 40분 정도 거리를 걸어갔다. 가는 길에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지나는 길을 골라 50분 정도 걸렸지만, 가는 길에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하며 걸어가니 금방 도착했다. 어젯밤부터 기대한 카페였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구글에는 이런 말 없었는데... 근처의 다른 카페를 급하게 찾아봤다. 그렇게 찾아 간 두 번째 카페도 자리가 없다고 해서 세 번째 카페에 갔다. 꽤 큰 동네 카페였는데, 기대 없이 들어가 카푸치노와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피스타치오 크로와상부터 나왔는데, 따끈따끈하게 나와서 감동을 받았다. 한 입 먹어보니 따뜻하면서도 바삭한 크로와상과 달달한 피스타치오크림이 맛있었다. 로마에 와서 먹은 크로와상 중에 가장 맛있었다. 중간에 흰 바지에 피스타치오 크림을 묻히긴 했지만 맛있어서 행복해지는 맛이었다.

 카페에서 책도 읽고 연락도 하다가 간 곳은 식당이다. 평소에 오일 파스타와 앤쵸비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여기의 쥬키니 앤쵸비 파스타가 맛있다고 해서 갔다. 로마에서 가장 기대한 식당 중 하나였다. 사람이 빠지는 적당한 시간인 1시 반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다고 했다. 실망을 하고 어디에 가지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터벅터벅 걸어가려니까 웨이터 분께서 갑자기 부르셨다. 자리가 났다고 하셔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2차 난관에 봉착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쥬키니 앤쵸비 파스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쭤보니 없어진 메뉴라고 하셔서 대구가 들어간 토마토 올리브 파스타로 주문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온 파스타를 한 입 먹어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파스타 면도 특이했는데 식감도 좋고, 소스도 토마토와 오일의 중간이라 감칠맛 가득하고 대구도 부드러워서 그야말로 감동의 맛이었다. 역시 이탈리아는 다르다고 느끼며 행복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마무리하고는 가장 맛있었던 젤라또 집으로 가 젤라또를 하나 더 사 먹고 다른 카페로 향했다. 숙소 근처의 카페라서 5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해서 3가지 맛으로 골랐다. 오늘 고른 맛은 피스타치오와 요거트, 그리고 귤이었다. 거리를 걸으며 요거트부터 한 입 먹어봤는데 충격의 맛이었다. 요거트의 풍미가 가득하고 산뜻함과 묵직함이 공존하는 인생에서 먹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중에 가히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맛이었다. 만다린 아이스크림도 상큼하고 쫀득해서 맛있었고 피스타치오도 진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카페로 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인지 모두 영업을 하지 않아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서 책을 마저 읽고 낮잠도 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 주변에 찾아놓은 맛집이었는데 트러플 봉골레 파스타가 맛있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갔는데 한국 사람으로 가득했다. 테라스에 앉은 사람 열 명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그래서 혼자 갔지만 양 옆 테이블의 얘기를 들으며 심심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메뉴가 트러플 봉골레 파스타라서 모두가 그 메뉴를 주문한 것 같다. 대량 조리의 여파인지 소스가 별로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전에 사놓은 요거트 먹으면서 책도 읽고 같은 방 언니들이랑 얘기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렇게 걷기만 해도 행복했던 도시, 로마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내일은 아씨씨로 넘어간다. 영상통화를 하는 가족마다 살이 쪘다고 말할 만큼 야무지게 먹고, 3만 보 넘게 걷고 또 걸으면서 느낀 로마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는 도시이다. 베이지 색과 붉은색의 작은 건물들, 걸을 때마다 본 유적지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오늘의 지출>

5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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