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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79일 차

일상

by 빈카 BeanCa

뮌헨으로 돌아왔다. 이제 혼자 가는 여행은 모두 끝이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에 3일 동안 뮌헨에 있을 예정이다. 3일이라는 시간이 꽤 길어서 어디를 또 갈까 하다가 3일이라는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고, 뮌헨이라는 도시가 그리워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즐기려고 한다.(사실 마지막은 아니지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하루이다.

어제 한국에서 해야 되는 일이 2시 넘어서 끝나서 늦게 잠에 들었다. 그래서 아침에 10시쯤 일어나서 시리얼을 먹었다. 이제 짐을 슬 정리해야 해서 먹거리부터 하나씩 먹어치우는 중이다. 오랜만에 시리얼과 우유를 먹고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오늘의 첫 코스는 나의 최애 카페이다. 차를 파는 가게인데, 케이크도 맛있고 브런치도 맛있는 집이다. 오늘은 시리얼을 먹고 와서 자스민 그린티에 레드벨벳 케이크를 주문했다. 매번 다른 케이크를 먹어보는데, 오늘은 연말 분위기 낭낭한 레드벨벳 케이크로 골랐다. 오늘도 역시나 성공이다. 새로운 책을 읽고 있었는데 중간에 좋아하는 유튜브가 올라와서 유튜브도 하나 보고 힐링했다.

다음 코스는 뉴카페이다. 사실 미술관 1층에 있는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항상 사람이 많던 카페가 생각이 나서 가기로 했다. 비건 카페였는데, 말차라뗴 한 잔을 주문했다. 비건이라는 가게의 컨셉 때문인지 일반 우유는 없고, 두 종류의 오트 음료 중에서만 고를 수 있어서 우유러버인 나는 살짝 아쉬웠지만 말차 맛도 꽤 진하고 맛있었다. 두 종류의 오트 음료 중에서 더 퓨어한 맛이 난다고 소개해주신 음료로 골랐는데, 그래서인지 말차라떼인데 우유 넣은 말차라떼와 물을 넣은 말차의 중간 맛이 났다. 여기서도 책도 읽고 멍도 때리며 힐링의 시간을 가지다 음료를 다 마시고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두 군데나 가니 확실히 여유가 느껴지고 편안해졌다. 다음 코스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는데, 우선 크리스마스 마켓 방문이다. 근처에 마켓 두 개가 있길래 하나씩 가보기로 했다. 첫 마켓은 중세 시대 컨셉의 마켓이었는데, 일하시는 분들도 중세 시대의 옷을 입고 계시고 판매 물품도 칼이나 도자기, 장신구 같은 물건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컵이 토기 같은 색과 모양이었는데, 사람들이 다 토기에 뭐를 마시고 있어서 컨셉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두 번째 마켓은 레지던츠 광장에 있는 마켓이었다. 여기는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이랑 비슷했는데,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먹거리가 정말 많았는데, 독일식 파스타나 샌드위치와 같이 처음 보는 음식들도 많았다. 그리고 보통의 마켓들은 주로 따뜻한 와인 종류를 많이 파는데, 여기는 맥주도 많이 팔고 마시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라 다들 핫도그나 크레페 같은 음식을 하나씩 먹고 있었는데, 나는 현금을 깜빡하고 놓고 가기도 했고 야무진 저녁을 만들어먹을 계획이 있어서 패스했다.

마지막 코스는 레베이다. 1일 1 마트를 실천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연어를 사러 갔다. 어젯밤에 예능을 보다가 연어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져서 연어를 사러 근처 레베로 향했다. 분명 연어만 사려고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트러플버터가 눈을 사로잡았다. 추천하는 글을 많이 봐서 안 그래도 살지 말지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세일까지 해서 홀린 듯이 집었다. 여기 레베를 신기하게 수산물 코너가 따로 있어서 연어도 주문해서 사들고 나왔다. 원래는 볶음면을 하나 끓여서 연어랑 먹으려고 했는데, 트러플 버터를 먹어보고 싶어서 오는 길에 미니 바게트도 하나 사들고 뿌듯하게 귀가했다.

집에 와서 호다닥 토마토와 귤을 올린 샐러드와 트러플 버터를 바른 바게트부터 완성했다. 사실 가족들이 연어 스테이크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연어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굽는 방법도 잘 모르고 재료도 별로 없어서 일단 유튜브에서 본 대로 버터를 넣어 녹이고 연어를 껍질부터 구웠다. 중간중간 버터를 위에 부어가며 구우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소금과 후추도 뿌리고 중간에 한 번만 뒤집었는데 맛있게 잘 익은 것 같아 꺼냈다.

비주얼이 훌륭해서 기대 가득 안고 연어부터 한 입 먹어보니 감동의 맛이었다. 속은 촉촉하고 간도 딱 맞고 버터 덕분인지 냄새도 없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트러플 버터를 바른 바게트도 환상의 조합이었다. 트러플이 작은 조각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트러플 향이 진한데 버터와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진정한 환상은 트러플 버터를 바른 바게트에 연어를 한 점 올려서 먹는 것이었다. 정말 고급스럽고 황홀한 맛이 났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맛이었는데 한국의 새벽 시간이라 자랑을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느끼해질 때마다 샐러드 한 입씩 먹어주니 조화로웠다.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맛있게 다 먹었다.

다 먹고는 설거지하고 씻고 조금 놀다가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여행 준비도 조금 하고 독서 모임 준비도 하고 자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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