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파티
2달 만에 중학교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너무 오래 못 만나서 중간 지역인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나기로 했다. 1박을 하면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했는데 기차가 1시간 지연이 되어 집에서 20분 정도 더 자다가 나갔다. 원래의 계획은 친구보다 5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친구의 교환교 종강 기념 + 친구 동생의 대학 합격 기념으로 케이크를 사서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도이치반이 1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친구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우리의 첫 코스는 점심! 친구가 어제 종강 기념 과음을 했다고 해서 해장을 하러 라멘집에 갔다. 교자에 가라아게에 라멘에 기린 생맥주까지 2잔 주문했다. 일식을 오랜만에 먹는데, 맛이 꽤나 비슷하고 맛있었다. 독일 맥주만 마시다가 오랜만에 일본 맥주를 마시니 새롭고 맛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는데, 기린 맥주도 맛있었다.
밥을 든든하게 먹고 DM으로 쇼핑을 하러 갔다. 친구가 물가 살벌한 스위스에 살고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독일에 온 김에 트리트먼트와 바디워시 이것저것을 산다고 해서 같이 갔다. 나는 친구가 추천해 준 과일 주스를 2개 샀다. 둘 다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아 기념품 얘기도 하면서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다.
밥을 먹고 쇼핑을 했으니 카페로 향했다.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저장해 놓은 카페였는데, 알고 보니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였다. 규모가 큰데 미술관답게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미술관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카푸치노와 커피, 그리고 슈투트가르트 케이크가 있길래 주문해 봤다. 슈투트가르트 케이크는 그냥 그랬지만 커피는 맛있어서 또 한참을 신나게 수다 떨었다.
이제 슬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산책 겸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을 하러 갔다. 우리는 중간 지역으로 고른 곳인데 유명하고 규모가 큰 도시인지 거리에 사람도 많고 크리스마스 마켓의 규모도 컸다. 신기하게 도시 중심가를 쭉 이어 길고 큰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상점도 많고 먹거리도 많았다. 비슷한 음식도 많았는데, 신기하게 보통 소시지 길이의 두 배쯤 되는 기다란 소세지와 스테이크, 생선 구이가 있었다. 생선구이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 그리고 음료 중에는 특이하게 로제 글루바인이 있어서 친구랑 한 잔을 사서 나눠 마셨다. 컵도 마켓별로 다른데, 우리는 반투명에 색깔로 그림이 그려진 예쁜 컵을 받았다. 로제 글루바인은 일반 글루바인보다 조금 가벼워서 마시기 더 좋았다. 확실히 해가 질 시간에 와서 살짝 어둑해질 때까지 보니 연말의 따수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그러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사람이 많은 쿠키집을 발견했다. 냄새도 좋고 우리도 쿠키를 좋아해 긴 줄에 합류했다. 하나에 4.9유로나 하는.. 꽤나 비싼 쿠키라서 둘이 하나만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오늘의 마지막 바깥 일정은 마트 쇼핑이다. 친구랑 저녁을 만들어 먹으려 주방이 있는 호텔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연말 감성 가득한 음식을 위한 재료를 사러 갔다. 리스 샐러드를 위한 채소와 방울토마토, 미니 모짜렐라 치즈와 샐러드 소스를 먼저 사고 파스타를 위한 면과 아라비아따 소스, 뿌려먹는 치즈도 샀다. 마지막으로 파티 감성 뿜뿜하는 스파클링 와인과 딸기도 사서 양손 무겁게 귀가했다.
오늘의 호텔은 호캉스 겸 파티라서 주방이 있는 호텔 중에 좋은 호텔로 예약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요리를 시작했다. 친구가 장녀라서 이것저것 척척 하는 성격이라 메인 파스타를 맡아주고, 나는 샐러드도 만들고 이것저것 정리와 준비를 맡았다. 요리는 한 30분 걸렸는데, 사진을 10분이나 찍었다. 원래 남는 건 사진이기도 하고 중학교 시절의 찐친 두 명이 만나니 사진에 진심이 되어 이런저런 배치를 바꿔가며 음식이 식을 만큼 오래 사진을 찍었다.
맛은 생각보다도 더 맛있었다. 파스타는 살짝 매콤하고 치즈의 풍미가 느껴져 맛있었고 샐러드는 치즈는 별로였지만 방울토마토와 먹으니 맛있었다. 친구랑 만들어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시작 전에 2시간 52분짜리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놨는데, 2시간 52분 내내 수다를 떨면서 맛있게 만들고 먹었다.
수다를 3시간이나 떨었지만 모자랐다. 한바탕 정리를 하고 씻고 다음 코스로 넘어가기로 해서 설거지도 하고 샤워도 하고 나왔다. 한결 편해진 상태로 샴페인, 쿠키 그리고 딸기와 함께하는 2차전이 시작되었다. 2차전은 나 홀로 집에 와 함께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유튜브로 대여를 했다. 영화를 틀어놨지만 수다 떨기가 우선인 우리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와인을 먹었다. 이때 같이 먹은 쿠키가 너무 맛있었는데, 둘 다 이게 4.9유로의 행복이면 내일도 누리고 싶다고 말하며 내일의 일정에 쿠키집을 넣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다. 벌써 8년째 친구라서 무수히 많은 얘기를 했지만, 여전히 할 얘기가 산더미처럼 남은 게 신기하다. 2달 만에 만나도 이틀 만에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 게 시간의 힘, 그리고 이 친구의 온기인 것 같다. 참 소중한 친구와 함께한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