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과의 여행이란 먹고 수다 떠는 것.
어젯밤까지 얘기를 하다가 잠에 들었다. 행복하게 잠에 들어서 9시쯤 개운하게 일어났다. 이 친구랑만 있으면 정말 편안하고 잘 맞는다. 아침부터 쿵짝이 잘 맞았던 우리는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 일어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아시안 마트에 오픈런을 해 라면을 2개 사 왔다. 일단 먹고 준비하자고 하며 라면을 끓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뜨끈하고 매운 게 해장용 아침으로 딱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준비도 하고 집을 나섰다.
예쁜 성당이 있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이 작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래서 혼자 동떨어진 섬 같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하늘이 맑아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물속에 물고기도 많아서 물고기랑도 놀고 백조랑도 놀고 이런저런 실없는 얘기를 하면서 산책을 한 바퀴 했다. 작은 마을이었는데 크리스마스트리를 파는 마켓이 열렸는지 성당 주변에 나무들이 가득했다. 나무도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우리의 다음 코스는 카페였다. 오늘의 카페는 조금 antique 한 동네 카페였는데, 한국으로 치면 다방 느낌의 카페 같았다. 현지인도 많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데 예쁜 카페였다. 산딸기 케이크와 카푸치노를 주문해 먹었다. 사실 오늘 하루는 별 이벤트는 없고, 하루종일 수다 떠는 날이었다. 산딸기 케이크가 생각보다 상큼하고 부드럽고 달달해서 맛있었고, 카푸치노도 거품이 부드러운데 커피랑 잘 어울려서 잘 마셨다.
이제 시내를 구경하고 쇼핑을 해보자 해서 아제 구경한 크리스마스 마켓도 보고 그릇 파는 가게, 인테리어 소품샵, 그리고 옷가게를 구경했다. 친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작은 스노우볼을 하나 사고 나는 구경만 했다. 사실 쇼핑도 토크를 하면서 소화도 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 대강 살펴보고 얘기만 계속했다. 같은 동네 살고 성격도 똑 닮은 친구라서 그런지 정말 얘기를 해도 해도 새로운 얘기가 언제나 넘쳐나 시간이 모자라다. 둘 다 연락도 잘하지 않는 성격이라 만나면 토크쇼가 시작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구경도 하고 어제 감동을 받은 쿠키도 기차에서 먹으려고 하나씩 사고 쇼핑을 마저 하다가 맥주를 마시러 갔다. 맥주 두 잔과 얇은 피자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술부터 마시니 차갑고 청량해서 맛있었다. 피자도 얇은데 소스가 중독적이고 베이컨 조각과 양파, 그리고 파가 어우러져 완벽한 술안주였다. 어제에 이어 계속 술을 마셔서인지 둘 다 살짝 취했다. 친구도 나도 헤어지는 게 아쉽기도 하고 술도 마셔서 한 시간 동안 진지하게 뮌헨으로 같이 가서 하룻밤 더 같이 있을 계획에 대해 고민하다가 기차 가격 이슈로 포기하고 아쉬움에 얘기만 계속했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 되어 기차역으로 같이 와 친구는 취리히행 기차를, 나는 역시나 20분 연착된 뮌헨행 열차에 올라탔다. 다음은 성수에서 만나 한국 맛집 뿌시기를 하기로 약속하며 헤어졌다. 나도 연착된 기차 플랫폼으로 가 잠시 기다리다 기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뮌헨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정리하고 씻고 글을 쓰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뮌헨 생활을 위해 준비하고, 친구들 가족들과의 여행도 준비하고 잠에 들려고 한다.
소중한 친구와 행복한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