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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87일 차

친구들과 함께 온 빈

by 빈카 BeanCa

친구들과 함께 자고 일어난 둘째 날이다. 오늘은 여유롭게 10시 반에 일정이 시작해서 9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9시 50분에 호텔을 나섰다. 첫 코스는 카페이다. 예쁜 카페에 예약을 해놔서 가서 아침을 먹었다. 메뉴를 고민하다가 크로와상과 비엔나식 롤, 잼과 버터 그리고 음료가 나오는 아침 세트를 주문했다. 음료는 핫초코로 주문했다. 메뉴가 나왔는데 잼이 귀여운 뚜껑이 있는 통에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크로와상은 딱 깔끔하게 맛있었고, 잼과 버터도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코코아가 진해서 맛있었다. 메뉴에 70% 이상의 카카오를 사용했다고 적혀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카카오 맛이 진했다. 그리고 비엔나 커피의 도시답게 우유의 풍미도 훌륭하고 부드러워서 코코아랑 잘 어울렸다.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면서 얘기도 많이 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새로운 얘기를 많이 하게 되어서 재밌었다.

아침을 먹고는 디저트까지 먹었다. 사과가 들어간 디저트와 자허 토르테를 주문했다. 자허 토르테는 생크림이 부드러워서 초코와 살구잼과 잘 어울렸고, 사과 디저트도 주변에 있는 바닐라 소스와 잘 어울려서 부드럽고 달달하고 상큼했다.

얘기를 한참 하다가 카페를 나섰다. 시내 구경을 하고 싶어서 성당도 구경하고 의회도 가고 길거리도 구경하고 왕궁도 가봤다. 날씨가 추웠지만, 걸어 다니는 것도 좋고 주변 풍경도 예뻐서 한참을 걸어 다녔다.

그러다 친구들이 쇤부른 궁전으로 갈 시간이 되어 친구들은 트램을 타고 궁전으로 가고 나는 시내로 돌아왔다. 시내에서 전에 너무 맛있었던 핫도그 집으로 가서 한 번 더 먹어봤다. 칠리 소세지가 들어간 핫도그였는데 여전히 정말 맛있었다. 소세지를 먹으며 부모님과 30분 정도 얘기를 하다가 알베르티나 미술관으로 향했다.

알베르티나를 온 이유는 사실 카페를 갈까 하다가 카페도 미술 작품도 있는 미술관이 더 좋을 것 같았고, 레오폴드 미술관과 알베르티나 중에 고민하다 내가 좋아하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여기 더 많을 것 같아서 골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굉장히 만족했다. 우선 작품이 많고 다양해서 방마다 분위기가 휙휙 달라지는 게 신기했다. 들어가자마자 르누아르, 모네, 드가 등 인상주의 작품들이 많았다. 인상주의는 주로 밝은 배경의 자연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자연이 아닌 소품이나 해가지는, 조금은 어두운 배경의 그림들이 많아 신기했다. 그 그림들도 인상주의 작품이라 그런지 나름대로 분위기 있고 예뻤다. 클림트나 칸딘스키, 피카소의 그림도 많았는데 그래서 신기하게 볼 수 있었다. 피카소의 그림은 다양하게 있었는데, 작품들 사이에 화풍의 차이가 느껴졌다. 클림트와 마찬가지로 그 화가를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르는 화풍이나 작품이 아닌 조금 특이한 작품이 계속 있어서 재밌었다. 하나 아쉬운 점은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작가와 제목만 적혀있고 다른 설명이 없어 작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 상상하면서 보게 되어 좋기도 했다. 가장 신기했던 작품은 뭉크의 Winter landscape라는 작품이었다. 보통 뭉크 하면 절규나 질투, 불안과 같이 어두운 색채에 불안정한 사람들을 많이 떠올리는데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하얀 세상이 그려져 있었다. 전에 뭉크 전시회에서도 작품은 인상적인데 분위기가 계속 어둡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그림은 보면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의 평화로움이라 신기했다. 한 시간 정도가 걸려 2층을 다 보고 1층으로 내려오니 샤갈 전시관이 있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으로 온 또 다른 이유인 샤갈의 등장이다. 미. 알. 못인 나에게 샤갈은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아는 작품은 없고 본 기억도 없는 유명한 화가였다. 그래서 샤갈의 작품이 많다는 이곳에 와서 샤갈의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보기 전에 간단한 설명을 읽고 작품 감상을 시작했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샤갈의 그림은 샤갈의 인생을 나타낸다는 말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작가들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주제들, 그리고 고향과 같은 개인적인 주제들이 많은 게 신기했다. 마지막 전시관은 Adrian Ghenie라는 작가의 전시관이었다. 1977년생의 젊은 화가인데, 신체를 특이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젊은 화가라 그런지 올해 작품도 있었고, 올해 작품에 스마트폰이 그려진 거울샷을 연상시키는 사진이 있어서 신기했다. 몸을 뼈로 표현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신체 표현이 아니라 살짝의 기괴함은 있었는데 이렇게 젊은 화가가 예술의 도시에서 전시를 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알베르티나 미술관 구경을 마치고 친구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시청 광장으로 갔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전히 예뻤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와 회전목마, 사람들의 활기와 들뜸이 느껴져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친구들과 돌아다니다가 슈니첼 샌드위치와 살구 펀치를 주문해서 먹었다. 슈니첼 샌드위치는 슈니첼이 짭짤하고 채소가 신선하고 양파가 상큼해서 맛있었다. 살구 펀치는 살구 향도 나고 달달해서 맛있었다. 그러고는 마켓 구경을 조금 더 하다가 추워져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일찍 돌아와서 씻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얘기를 하다가 잠에 들 것 같다. 내일은 여기저기 가는 바쁜 일정이 있어서 부지런히 돌아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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